중대사고 절반 몰린 PK산단, 노후화 속도도 최악
가장 빨리 늙어가는 부울경 산단
10년 뒤 10곳 중 8곳이 ‘노후화’
PK 노후 산단 84→219개 전망
증가율도 부울경이 1~3위 독식
예산 확충·안전 투자 서둘러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울산·경남(PK) 산업단지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현재 30% 수준인 PK 노후산단 비율은 10년 뒤 77%까지 치솟아 산단 10곳 중 8곳이 노후산단이 될 전망이다. 이미 전국 산단 중대사고의 42%가 PK 노후산단에 집중된 상황에서 노후화까지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산단 초고령화’에 대비한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부산 동래)이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PK 노후산단(착공 20년 이상)은 부산 8개, 울산 7개, 경남 69개 등 84개다. 노후산단 비율은 29.7%로 전국 평균(39.1%)보다 낮다.
문제는 앞으로의 노후화 속도다. 2035년 PK 노후산단은 219개로 현재의 2.6배로 늘어난다. 전국 평균 증가 폭인 1.9배를 크게 웃돈다. 부산은 8개에서 31개로 287.5% 늘어 노후화 속도가 전국 1위, 울산은 7개에서 22개로 214.3% 증가해 2위, 경남은 69개에서 166개로 140.6% 늘어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2035년 PK 노후산단 비율은 77.4%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도 노후산단의 위험 신호는 뚜렷하다. 산단공 관할 69개 산단에서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중대사고는 142건으로 127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60건(42.3%)이 PK에서 발생했고 모두 노후산단이었다. 사고가 가장 많았던 3곳도 울산미포 22건, 온산 17건, 창원 15건 등 모두 PK였다. 지난해 1월 울산미포산단 가스복합발전소에서 배관 파열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졌고, 2월에는 온산산단 유류 저장탱크 폭발로 30대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시설 노후화까지 본격화할 경우 안전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후화는 산업 활력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 노후산단은 입주기업 1737개사 가운데 1112개사만 가동해 가동비율이 64.0%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부산 녹산산단의 생산 기준 가동률도 69.4%로 산단공 관할 평균(82.4%)보다 13.0%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안전 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산단공 안전관리 예산은 올해 73억 2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6.4% 감소했다. 울산 석유화학산단 안전체계 구축사업에도 2022~2025년 154억 원이 편성됐지만 집행률은 56.4%에 그쳤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산업 투자가 ‘호남 메가프로젝트’ 등 신산업에 쏠리면서 낡은 산단이 몰린 지역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조선·석유화학·자동차·기계 등 국가 기간산업이 밀집한 PK 특성상 노후 설비와 기반시설을 방치하면 안전사고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부울경 산단의 노후화는 단순한 시설 유지를 넘어 근로자의 생명 안전 및 국가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회 차원에서 노후 산단 안전관리 예산 확충과 관련 법·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