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모전 심사 맡은 AI, 인사 관리까지 손 뻗나
캠코, 공공기관 첫 AI 심사 도입
온비드 활용 수기 공모전 심사
AI에 다양한 상황·사례 모델링
응모작 경험, 현실성 있는지 판단
AI 평가 후 무작위로 직원들 검수
채용·인사 평가로 확산될지 관심
클립아트코리아·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공모전 심사에 AI(인공지능)를 도입하면서 공공기관의 AI 활용이 업무 효율화를 넘어 심사·평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국내 은행권에서는 채용 서류 심사나 면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캠코의 이번 사례를 통해 AI 활용이 공공기관 채용과 인사 평가 등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12일 캠코에 따르면 최근 진행 중인 ‘2026년 온비드 활용 수기 공모전’에 AI 심사 방식을 도입했다. 공공기관이 공모전 심사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모전은 공공자산 통합거래 플랫폼 ‘온비드’를 이용해 주거 마련이나 창업, 실생활 등에 활용한 국민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캠코는 접수한 수기를 대상으로 AI 심사를 통해 1차로 입상 후보작들을 선별한 뒤 내외부 전문가의 2차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결정할 계획이다.
AI는 수기 내용이 응모자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경험의 흐름이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점수화한다. 이를 위해 캠코는 실제 국민이 온비드를 이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사례를 모델링해 AI에 학습시켰다. 이를 토대로 응모작의 경험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등을 판단한다.
AI의 판단이 그대로 심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AI가 평가한 수기 가운데 고·저득점 응모작과 무작위로 뽑은 일부 작품을 직원들이 다시 검수한다. 이어 AI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사 기준과 모델을 다시 학습시킨 뒤 재심사한다.
캠코 관계자는 “AI 활용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된 만큼 AI를 글쓰기 과정에 폭넓게 활용하는 것은 허용한다”면서도 “다만 AI로 글을 다듬었더라도 실제 경험 자체가 허구이거나 작위적인 경우를 AI로 걸러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모든 응모작을 짧은 시간에 심사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AI를 활용하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부적격한 내용의 수기를 걸러낼 수 있다고 보고 시험적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도는 향후 AI 심사와 평가가 공공기관의 채용·인사 영역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국내 은행권에서는 AI가 채용 과정에 활용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기소개서 등 지원 서류를 검토하거나 서류 전형에서 역량 검사에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지원자가 영상으로 질문에 답하면 AI가 인터뷰 결과를 분석해 점수화하는 AI 영상 면접이 도입된 은행도 있다. 이는 평가자의 주관이나 외부 청탁이 개입할 여지를 줄이는 동시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이 보편화하면서 서류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한계를 보완하고 실제 역량과 직무 적합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취지다.
캠코는 이번 공모전처럼 심사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분야부터 AI 심사의 정확성과 한계를 검증하고,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채용이나 인사 평가처럼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데는 신중하되,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공모전 심사부터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AI가 인간의 경력과 역량, 업무 성과를 직접 평가하는 영역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성과 책임 소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채용이나 인사 평가는 개인의 취업과 승진, 보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AI 활용이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이나 책임 소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AI가 최종 판단까지 내리기보다는 1차 선별을 맡고 사람이 그 결과를 검증하는 방식이 당분간 현실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