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갈 일투성이인데… 부산 지자체 곳간 텅 비었다
3개 구군만 재정자립 20% 넘어
SOC 느는데 세입 취약해 ‘끙끙’
구비 20억 없어 전선도 못 묻어
재정비상사태 선언·채권 발행도
사업 삭감보다 세원 안정책 절실
지난 11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하단동 낙동대로 516번길 일대. 좁은 이면도로에 설치된 전신주와 주차 차량이 시민들과 차량 이동을 방해해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 인근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와 부산여자고등학교 재학생 안전을 위해 전선 지중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하구청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김재량 기자 ryang@
지난 11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하단동 낙동대로 516번길 일대.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와 부산여자고등학교 통학로로 사용되는 도로 양쪽으로 전신주 수십 개가 줄지어 섰다. 보행로와 차로가 구분되지 않는 이면도로에서 승용차와 오토바이, 마을버스가 오가자 학생들은 도로 가장자리로 바짝 붙어 걸었다.
이 구간은 사하구청이 한국전력공사·정부와 함께 전선 지중화를 추진하는 곳이다. 총사업비는 약 89억 원이 투입되지만, 구청이 부담해야 할 구비 약 2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시작되지 못했다. 학생들을 비롯해 시민 통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 재정난으로 막힌 것이다.
부산지역 기초지자체 곳곳에서 재정 부족으로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마저 줄줄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세입 기반은 취약한 반면 복지비와 국·시비 보조사업의 구비 부담금 등 줄이기 어려운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면서 주민 생활 개선에 쓸 재원마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국세의 지방세 이전 확대 등 기초지자체의 재정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16개 구·군 중 재정자립도가 20%를 넘는 곳은 △강서구(31.4%) △기장군(24.9%) △해운대구(21.3%) 등 3곳뿐이다. 최하위권인 북구(8.57%)와 영도구(8.53%)는 10%도 넘기지 못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동구와 서구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하락했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가 스스로 살림을 살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체 재정 규모 중에서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지자체의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처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세입 기반은 취약한 상태다. 부산 자치구들의 자체 세입은 재산세와 등록면허세 등 지방세와 각종 사용료·수수료 등 세외수입으로 이뤄진다. 이는 부동산 경기와 지역 경제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몇년 사이 부동산 등 지역 경제 여건 악화로 대부분의 기초지자체의 자체 세입은 감소한 추세다.
자체 세원이 부족한 자치구는 정부의 지방교부금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지방교부금도 감소 추세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부가가치세 등이 감소한데다, 내년 예산의 경우 반도체 특수로 생긴 세수를 산식을 바꿔 미래대응기금으로 편성하면서 지방교부세가 기존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30조 5000억 원이 줄어든 69조 7000억 원이 배정됐다.
반면 줄이기 어려운 지출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등 국·시비 보조사업이 확대될수록 기초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구비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단체장 공약사업과 기존 대형 투자사업까지 겹치면서 신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재정난이 심화하자 일부 지자체는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재정 위기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사업 삭감보다 다방면적인 재정 안정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대학교 하태원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구는 자체 세목이 재산세, 등록면허세 정도를 빼면 세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지방소득세나 지방소비세 등 기존 세원을 지방에 더 이전하는 방안과 함께 지자체도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비용 대비 편익을 따져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