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 LCC 부산 허브 무산 수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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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부산 제2허브 구축 계획'
본사 서울 고집, 부산 육성 시늉만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내년 3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제2허브 구축 계획(안)’을 내놨다. 대한항공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계획(안)에 따르면 김해공항 국제선은 통합 전 28개 노선·주 281회에서 통합 후 33개 노선·주 339회로 확대될 계획이다. 노선은 일본 4개, 동남아 1개가 추가되고, 운항 횟수는 일본 노선이 주 39회로 가장 많이 늘어난다. 일본·동남아 등 수요가 탄탄한 인기 단거리 노선만 일부 늘린 것이다. 부산발 중거리 노선 개척, 부산 공항 육성 등 청사진이 빠져 제2허브 구축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통합 이후 부산이 맡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서울이 전반적인 정책 수립을 담당하고, 부산에서는 분야별 본사 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부산은 지역 대표 역할과 영남권 특화 마케팅·영업, 부산 허브 운영 등을 나눠 맡는 구조다. 노선과 투자 등을 결정하는 핵심 의사결정 기능은 서울에 남고, 부산은 영남권에 한정된 역할에 그치는 셈이다. 인력 확충 계획도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부산 근무 인력은 진에어 187명, 에어부산 997명 등 1184명이다. 대한항공은 3사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부산 근무 조종사·객실 승무원을 포함한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내놓지 않아 의구심이 든다.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본사 소재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은 부분도 석연치 않다. 대한항공은 오는 11월 말까지 부산시와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본사 소재지나 최종 결정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미 합병 인가 신청서에 통합 법인 본사를 서울 강서구로 적어 낸 바 있다. 통합 LCC 부산 허브 구축에 대한 대한항공의 의지가 약한 상황에서 의견수렴 절차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 통폐합으로 지역 공항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에 따라 내놓은 제2허브 구축 계획이 ‘소나기 피하기’ 식 대책으로 보이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해 8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LCC 3사를 통합해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을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산은은 본사 소재지는 대한항공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뒷짐을 지는 상황이다. 통합 LCC 부산 허브가 무산 수순으로 가고 있지만, 국토부 역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통합 LCC 부산 거점화는 정부, 산업은행, 대한항공이 지역에 제시한 약속으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막대한 국민 혈세를 투입해 놓고 기업 자율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본사와 의사결정 기능까지 따라오는 실질적인 통합 LCC 부산 허브 구축을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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