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은 빼고 간부만 대상인 경찰 향피제 '눈 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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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직급만 적용 효과 의문
국민 피해 땐 실망 넘어 분노 우려

부산경찰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경찰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2일부터 시작된 형사소송 체계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개문발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십년 동안 시행돼 온 소송 체계의 급변을 위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와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라서다. 중수청장 임명을 놓고 한 달이 넘도록 논란만 거듭하다 중수청이 수장도 없이 개청한 데 이어 이번엔 경찰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수시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검사와 달리 한 곳에 오래 근무한 경찰들이 빚을 수 있는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향피제’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 정도 논란조차 예상하지 못하고 형사소송 체계 급변이 현실화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이 실시한 총경급 인사를 두고 경찰 내부적으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의 부패 가능성 등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는 향피제에서 경찰청 본청과 서울경찰청만 예외가 됐기 때문이다. 부산만 하더라도 교체된 총경급 서장 8명이 모두 제주경찰청, 대구경찰청 등 타 지역 승진자인 데 반해 서울의 교체 서장 14명은 전원 경찰청 본청이나 서울경찰청 승진자들이다. 내부 비판을 의식한 듯 경찰청은 “본청과 서울경찰청 승진자를 서울권 보임에서 배제하면 총경급 운영이 전체적으로 어렵다”는 식으로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는 서울권 보임만 특별하다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의 향피제 적용 서울 제외는 서울권 보임만 특별하다는 인식 외에 서울은 지역보다 더 깨끗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듯하다. 지역 근무 경찰들이 서울은 각종 유착 의혹에서 자유로운 곳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 전 서울 강남경찰서의 버닝썬 유착 의혹에서 보듯 서울 경찰이 더 깨끗하다는 사실은 입증된 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버닝썬 의혹이 아직도 경찰의 유착이나 부패 관련 사례에서 첫머리에 꼽힐 정도로 임팩트는 더 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 불만은 향피제를 간부 직급만 적용하는 것을 놓고도 이어진다. 인맥의 영향을 받기 더 쉬운 현장 인력은 왜 배제하느냐는 불만이다.

경찰 내부적으로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직급만 향피제 대상이 된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형사소송 체계 급변에서 드러난 사소한 부작용일 뿐이다. 수장 없이 개청했던 중수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검찰 대신 수사권을 독점하는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게 되지는 않을지 같은 우려에 비하면 그러하다. 하지만 수십년 된 형사소송 체계를 바꾸면서 마련한 제도의 시행 과정이 그 첫발부터 이 모양인 것에 대해선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일단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향피제 도입만 해 보자는 수준이었다면 통탄할 노릇이다. 이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한다면 실망과 탄식은 곧 분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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