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향피제 예외 논란] '버닝썬 사태' 있던 곳이 서울… 실효성·형평성 모두 놓칠라
경찰 내부 인사 불만·혼란 확산일로
현장 경찰 제외 유착 방지 효과 의문
총경 등 간부급 인사만 적용 문제점
낯선 지역서 업무 효율 저하 지적도
지난 15일 고범석 서울시경찰청장 등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고지 인맥에 따른 유착을 막겠다며 인사에 도입한 경찰 ‘향피제’가 총경 등 간부급 인사에만 적용돼 주민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 경찰관은 빠진 데다, 서울권인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은 예외로 두면서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 모두 도마에 올랐다.
또 서울에서도 일부 경찰서의 수사 무마 의혹 등 유착·비위 의혹이 불거진 만큼, 서울만 향피제에서 제외한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간부만 옮기면 유착 없나?
향피제는 지역과 유착을 막아 암장 등의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광주 ‘장윤기 사건’ 처럼 인맥을 이용한 사건 무마 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인사에 도입된 향피제가 총경 등 고위 간부 인사에 집중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인맥이 엄정한 법 집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면 지휘부뿐 아니라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의 근무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총경급 간부는 조직의 지휘·감독을 맡지만, 주민과 직접 접촉하며 신고를 받고 치안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은 지구대·파출소 등에 근무하는 현장 인력이다. 간부 인사만으로는 이들의 연고 근무에서 비롯될 수 있는 문제까지 다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찰관이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의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근무하면 가족·친척·오랜 지인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주민과의 관계가 업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장 인력의 근무 여건도 검토해야 하지만, 현재처럼 간부급만 이동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가능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향피제를 제대로 시작하려면 고위 간부뿐 아니라 초급 간부와 비간부급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을 그 지역과 연고가 없는 사람으로 배치하는 것이 진짜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낯선 지역 수사 효율은?
향피제가 조직 관리에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간부가 곧바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전혀 알지 못하는 지역으로 옮기면 해당 지역의 지리와 교통 사정부터 새로 익혀야 한다. 지역마다 다른 범죄 양상이나 산업·주거 환경에 대한 현장 경험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란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기존 근무 지역에서 어떤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지, 주거지 특성에 따라 치안 수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득한 노하우가 모두 허사가 되는 셈이다. 갑자기 다른 지역에 배치하면 유착 가능성은 줄일 수 있어도, 지역 사정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초기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두고 총경 인사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유착 방지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기준과 예외를 미리 공개하고, 지역의 업무 연속성과 가족·생활 부담까지 고려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정말 유착 없나?
서울 소재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에는 향피제를 제외한 것을 두고 서울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경찰청 내부의 인식도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서울 역시 경찰서장부터 일선 경찰관까지 유착·비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장 올해에도 팀장급 간부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송 모 경감은 방송인 양정원 씨 남편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고, 사기 혐의로 고소된 양 씨를 전산상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바꾼 혐의(뇌물수수 등)로 지난 8월 구속기소 됐다. 지난달 보석 청구가 기각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의혹이 불거진 뒤인 지난 5월 강남서 수사·형사과장 5명을 모두 바꾸면서 수사과장 3명을 경북·경기남부경찰청에서 데려왔다. 향피제와는 다른 인사지만, 서울에서도 외부 인력으로 수사 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향피제의 주된 대상인 경찰서장도 비위 의혹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11월 전 서울 도봉경찰서장 A 총경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2022년 7월부터 2년간 불법 가상자산 환전소 운영자들에게서 수사정보 제공 등의 대가로 79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A 총경은 투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일선 현장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2024년 10월엔 강남서 풍속 담당이던 경위가 관내 유흥업소 관계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직위해제됐다.
서울 경찰의 유착 논란과 그에 따른 인사 쇄신은 처음이 아니다. 경찰은 2019년 버닝썬 사태 뒤 강남서를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직원 30~70%를 심사·교체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2024년엔 그 기간을 3년 연장했다. 그러나 특별 관리 기간에도 강남서에선 비위 의혹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