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는 공원 연계, 중류는 친수공간, 하류는 바다 물길로 [백년하천 동천으로]
⑥ 수질 개선·도시계획 함께
동천 재생, 도시 전체 문제로 접근
인근 부지·상권 잇는 보행축 설계
물순환 관리 중점구역 지정 제안
기존 계획 모아 우선순위 정해야
수질·하구 복원 등 장기 추진 중요
시민 모두 누리는 사업이란 인식도
부산 부산진구와 동구, 남구 사이를 흐르는 동천. 수질 개선과 동시에 시민들의 접근성 등을 고려한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정종회 기자 jjh@
동천 수질 개선에 30년 넘게 4000억 원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물길이 도시를 바꾸는 변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수질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다가는 동천 주변을 바꿀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질 개선과 함께 동천을 중심에 둔 도시계획을 지금부터 세우고, 이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끌고 갈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질만 바라보면 때 놓쳐
동천 활용 논의는 그동안 ‘수질부터’라는 벽 앞에서 번번이 멈춰 섰다. 동천 재생의 1순위가 수질 개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수질 개선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고 합의된 목표 수준이 없다 보니 막연한 구호로 흐르기 쉽다는 점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동천으로 흘러드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동천 유역의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는 2040년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14년 뒤 정비가 끝난다고 수질 문제가 해결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약 없는 수질 개선만 기다리며 계획 수립과 유역 정비를 미루는 사이에도 동천 주변의 시계는 돌아간다. 재개발·재건축과 공공개발이 동천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진행되면, 한번 들어선 건물과 도로는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킨다. 훗날 물이 맑아지더라도 정작 시민이 물가로 다가서고 머물 공간과 동선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이 완전히 맑아져야만 수변 활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센텀시티 개발 당시 부산시는 시민사회의 요구로 수영강변 간선도로 일부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친수공간을 확보했다. 강변도로가 시민들의 하천 접근을 가로막는다는 이유였다. 이 공간은 이후 APEC나루공원으로 조성돼 지금은 부산의 대표적인 수변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이 방안을 제안했던 부산하천낙동강시민위원회 김승환 위원장은 “그때도 물이 이렇게 더러운데 무슨 친수공간이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동천 재생도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도시 전체의 문제로서 큰 그림을 그려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간별 기능, 주변 연계 고민을
동천 전체에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도 없다. 동천은 부산시민공원과 서면을 지나 범천·문현을 거쳐 북항으로 흐른다. 구간마다 도시 기능과 성격도 다르다. 이에 따라 상류인 시민공원·부전천 일대는 가능한 곳부터 복개된 물길을 되찾아 공원·녹지와 잇고, 서면에서 범천·문현으로 이어지는 중류는 상업·업무·문화시설과 물가를 맞붙인 도시형 친수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 나온다. 55보급창과 북항으로 이어지는 하류는 강이 다시 바다를 만나는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동천이 머무는 공간이 되려면 이 과정에서 물길과 BIFC, 부산시민회관, 55보급창 등 인근 공공 시설·부지, 상권 사이를 잇는 보행축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수질 개선과 도시 정비를 연계하기 위해 동천 일대를 ‘물순환 관리 중점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도시계획가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는 “앞으로 활발하게 추진될 동천 유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빗물 저류조 설치를 유도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개발과 수질 문제를 연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계획보다 ‘지속’이 관건
지금까지 청사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계획에 그쳤거나, 실제 추진이 돼도 지속되지 못했다. 시는 2015년 부전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교통 혼잡과 상인 반발, 유지용수 확보 등의 문제로 3년 만에 백지화했다.
계획이 바뀌고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했다. 2023년 5월 시는 650억 원을 들여 서면 광무교 인근 국방부 유휴 부지 6677.9㎡(약 2000평)를 매입해 동천 친수공간 활용 기반 시설로 조성한다는 ‘광무 워터프론트 파크’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지를 거점으로 북항에서 서면까지 이어지는 시티 크루즈를 동천에 띄운다는 구상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단기간 추진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재는 이런 기능이 빠진 문화공원 ‘광무공원’ 조성으로 변경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청사진을 만들기보다 기존 계획을 모아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수질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고, 중기적으로는 부전천 일부 복원과 대중교통·보행 체계 개편을, 장기적으로는 55보급창과 연계한 하구 회복과 북항 연결을 추진하는 식으로 단계를 나눠 10년, 20년 이상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남의 일’ 인식 넘어야 성공
시민 공감대를 넓히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동천 유역 인구 35만여 명을 제외한 약 300만 명의 시민들에게 동천 재생은 여전히 ‘남의 일’로 여겨지기 쉽다. 이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동력 확보와 직결된 변수다. 동천 재생에 대한 시민적 동의와 관심도가 낮으면 시정 우선순위, 예산 배정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적극적인 설득과 소통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이를 통해 동천 재생이 ‘인근 주민만 혜택을 보는 동네 하천 수질 개선 사업’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누리는 도시재생 청사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관건이다. 경성대 엄태규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부전천 복원 논의 당시 나타난 반발과 갈등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홍보와 토론으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특히 앞으로 부산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동천 재생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끝-
※ 본 기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