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커녕 껍데기 노선만… 부산 LCC 제2 허브 말뿐

  • 가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한항공, 국제선 5개 증가 생색
중거리 노선 없어 실효성도 의문
통합 본사 소재지 여전히 안 밝혀
서울 핵심, 부산 일부 기능 우려
산은 뒷짐… 국회 압박 거세질 듯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내년 3월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이 내놓은 ‘부산 제2허브’ 구축 계획이 사실상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선 확대는 일본·동남아 단거리 노선 5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고, 노선과 투자 등을 결정하는 핵심 권한은 서울에 남긴 채 부산에는 영업·마케팅 등 제한된 기능만 배분하는 구조다. 인력 확충 규모와 본사 소재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마저 빠지면서 지역 반발을 무마하려는 ‘소나기 피하기’식 대책일뿐이라는 지적이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제출받은 ‘통합 LCC 부산 제2허브 구축계획(안)’에 따르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은 28개 노선·주 281회에서 33개 노선·주 339회로 늘어난다. 신규 노선은 일본 4개, 동남아 1개에 집중됐고, 운항 횟수도 일본 노선이 주 39회로 가장 많이 증가한다.

그러나 ‘제2허브’라는 구상과 달리 기존 수요가 탄탄한 단거리 노선 일부를 늘리는 데 그쳐 김해공항 경쟁력 강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부산발 중거리 노선 개척 등 새로운 항공 수요를 창출할 전략도 빠졌다. 여기에 더해 대한항공은 2027년 3월 이후 운항 일정이 공항 슬롯과 인허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본·동남아는 원래 수요가 탄탄한 노선이라 단거리 노선을 몇 개 늘리는 건 거점 공항 육성 차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부산을 제2허브로 키우겠다면 새로운 노선 개척과 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통합 LCC의 실질적인 경영 권한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서울이 전반적인 정책 수립을 담당하고 부산은 지역 대표 역할과 영남권 특화 마케팅·영업·운영 등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 의사결정은 서울에서 내리고 부산은 지역 영업과 운영만 맡는 구조로, ‘제2허브’라는 명칭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인력 확충 계획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현재 부산 근무 인력은 진에어 187명, 에어부산 997명 등 1184명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3사 직원의 고용 승계와 지역 인재 채용 확대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본사 소재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는 11월 말까지 부산시와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미 합병 인가 신청서에 통합 법인 본사 소재지를 서울 강서구로 기재한 상황에서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지방공항 기반 제2허브 구축’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산업은행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0년 한진칼에 8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은 김 의원실에 본사 소재지는 대한항공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부산으로 합의하는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조건부 입장만 밝혀 사실상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다.

부산 정치권은 부산시와 지역 기업이 출자해 키운 에어부산이 사라지는 만큼, 단순한 노선 증편이 아닌 통합 LCC 본사와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능의 부산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부산이 본사 기능 일부를 분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부산 본사 설치와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능 확보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