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경남 변압기로 호남 반도체 속도전, 이게 균형발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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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곳 산단 변압기 빼 호남 투입 '안 될 말'
타 지역 희생 삼는 불균형 정책 철회해야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 윤재옥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 윤재옥 의원실 제공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앞당기려고 부산과 경남을 포함한 전국 5곳 산단에 투입할 변압기를 빼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계획이 실행되면 해당 산단에 전력을 공급할 변전소 준공이 일제히 2년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호남권 반도체 조기 전력 공급을 위한 공기 단축 방안’으로 ‘타 사업 변압기 물량 전용’을 제시했다. 대상 변전소는 신항변전소와 부산항변전소 등 부산 2곳을 비롯해 경남 사등변전소, 대구 신달성변전소, 전남광주 중흥변전소 등 5곳이다. 호남 반도체를 앞당기는 건 좋지만 타 지역 희생을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정부는 대상 지역 변전소 5곳의 준공 목표를 2년가량 늦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부산의 경우 신항변전소 준공 목표는 2028년 12월에서 2030년 12월로, 부산항변전소는 2029년 10월에서 2031년 4월로 늦춰진다. 변전소 5곳 모두 이미 최초 계획보다 크게 늦어진 상태인데, 변압기 전용 등으로 계획이 추가로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변전소가 각 지역 핵심 산단 전력 공급을 위해 계획된 인프라라는 점이다. 신항변전소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신항만 배후지역, 부산항변전소는 북항 재개발 지역의 신규 부하를 각각 맡을 예정이었다. 준공 지연으로 산단 조성과 기업 유치 등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은 반도체산업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800조 원 넘게 투입되는 국가 프로젝트다. 모든 국가 역량을 투입해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실제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삼고 당장 내년에 반도체 공장을 착공시키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주문, 수시로 점검회의를 열고 부지 선정, 전력망, 환경영향평가, 토지 수용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그렇다 해도 국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타 지역 인프라 구축을 희생양 삼는 방식은 안 된다. 가뜩이나 ‘호남 몰아주기’ ‘특정 지역 홀대론’ 등 정부 균형감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전력 소비가 많은 첨단 산업이나 데이터센터 등을 전력 생산 지역에 분산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런 정부 의지를 실감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커져왔다. 최근 정부의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에 대해서 지역 차등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산업 보조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안 역시 지방은 전력 인프라마저 수도권이나 특정 국책 사업에 양보해야 하느냐는 박탈감을 더한다. 변전소 준공 연기로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실질적 악영향이 우려된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정책이 균형발전일 수 없다. 늦기 전에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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