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유등문화랩’ 첫 수료생 배출 ‘산업화’ 첫발 뗐다
2개월간 이론 교육·제작 진행
실습 작품 5점 전시관에 비치
내년엔 단계별 프로그램 확대
사업 지속성 위한 조례 급선무
남강유등전시관에 전시된 유등문화랩 실습 교육에서 나온 작품 5점. 교육생 창작 활동이 실제 작품 제작과 전시로 이어졌다.
‘유등축제의 도시’ 경남 진주시가 유등 산업화를 위해 처음 시도한 ‘유등문화랩(Lab)’이 첫 수료생을 배출하며 결실을 보고 있다. 유등 전문 제작 인력 양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업의 지속성과 정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진주시에 따르면 조규일 시장은 지난 23일 진주남강유등전시관에서 유등문화랩 작가·교육생들과 ‘시민과의 데이트’ 행사를 열었다. 조 시장은 참여자들과 유등 제작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고 전문 인력 양성과 유등 문화의 장기적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작가와 교육생들은 유등 산업 발전을 위한 진주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유등 관련 자체 수익 구조가 부족한 만큼 청년·지역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일자리 연계 지원이 절실하다는 취지다.
조규일 시장은 “진주 유등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키고 현대적 감각을 접목하기 위해선 유등 전문 작가와 기술자 양성이 필요하다. 일자리 사업 등 진주시 차원의 지원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진주는 대한민국 대표 야간 축제이자 글로벌 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열리는 유등의 본고장이다. 임진왜란 당시 남강에 유등을 띄워 군사 신호와 가족 안부를 전하던 것에서 착안해 문화콘텐츠로 만들었고 2000년 단독 축제로 발전시켰다. 매년 10월이면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 7만여 개의 유등이 일제히 불을 밝혀 장관을 이루며 해외 전시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유등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진주에서 1년 중 유등을 볼 수 있는 기간은 15일 남짓한 축제 기간에 한정되며 유등 전량을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제작하고 있다. 진주를 비롯한 국내의 경우 등 제작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인건비가 비싸 축제용 유등 제작에 거의 투입되질 않는다. 여기에 유등의 상업적 거래도 없어 인재 양성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 결국 유등 전통 유지나 유등 소재·전시 기획 발전까지 뒤처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진주시는 유등 제작 전통을 잇고 산업화 기반을 모색하기 위해 유등문화랩 운영에 나섰다. 2024년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유등 제작이나 관련 창업에 관심 있는 시민과 창작자를 대상으로 운영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총 20명을 선발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주 빛마루에서 이론 교육과 실습, 작품 제작을 진행했다. 유등 작가의 노하우가 전수됐으며 총 13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실습 교육에서 나온 작품 5점은 남강유등전시관에 전시해 교육생 창작 활동이 실제 작품 제작과 전시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유등문화랩 관계자는 “작가의 노하우 전수와 교육생들의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졌고 교육생끼리 기술 교류도 활발했다. 유등 산업화로 가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사계절 유등을 볼 수 있는 도시가 되려면 꾸준한 인력 양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등문화랩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올해는 입문 과정만 운영됐다면 내년에는 입문·심화·전문 등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문화도시 사업 종료이후 예산 확보와 사업 지속성이다. 지자체장 성향이나 예산 사정에 따라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 남아 있는 작가들이 현존하는 마지막 유등 제작 세대임을 감안하면 기술 맥이 완전히 끊길 우려도 나온다.
이에 지역 문화·산업계에서는 단순 일회성 사업을 넘어 ‘진주시 유등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국 기술자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유등의 상업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규일 시장은 “진주 유등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소중한 문화 자산이자 창작·관광·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유등 제작 인재를 양성하고 문화 저변을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