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가상화폐 탈취 20분…임원진, 공포에 질려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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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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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보안팀 자금 무단인출 감지
임원진 위기대응팀 바로 접속했으나
이후 탈취자금 동결위해 공조에 나서

사진은 바이낸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은 바이낸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63억 달러(약 8조 4000억원)의 가상자산이 털리는 동안 임원진은 이를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지갑 10곳에서 리플(XRP)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탈취되는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3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사건은 10월 29일 오후 4시 20분(현지시간)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바이낸스 보안팀은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무단 인출된 사실을 감지했다.

바이낸스는 2017년 중국에서 설립됐지만 현재는 특정 국가에 본사를 두지 않고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다.

보안팀은 즉시 경영진에 보고했고, 곧바로 긴급 화상회의가 소집됐다. 고위 임원진을 포함해 100명의 위기대응팀 전원이 몇 분 만에 회의에 접속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임직원은 바이낸스 계좌에서 자산이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공포 속에서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초기 파악된 피해 규모는 10억 달러였으나, 곧 30억 달러로 불어난 데 이어 오후 4시 40분에는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상 거래가 포착되자 외부 보안 전문가들과 가상화폐 업계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의 자동 경보 시스템은 전 세계 주요 가상화폐 투자자와 고객사에 이상 거래 사실을 알렸다.

오후 4시 38분, 비영리 보안 단체 씰(SEAL)의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 측에 긴급 연락을 취했다. 테더와 서클은 즉각 의심 거래를 추적하고 관련 지갑을 동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바이낸스도 가상화폐 추적 파트너사인 TRM 랩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과 협력해 탈취 자금이 들어있는 디지털 지갑 주소를 파악하고 자금 동결을 위한 공조에 나섰다.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 자오의 연인이자 공동 CEO인 이 허는 잠자리에 들기 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문제를 알고 수습 지휘에 나섰다. 임신 약 7개월이던 그는 다음 날 새벽까지 업계 파트너들과 통화하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홍콩에 체류 중이던 리처드 텅 공동 CEO 역시 밤을 지새우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해커들은 오후 5시,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6000만 달러 상당을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Aave’에 예치했다. 이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약 2만개(당시 기준 약 4460만달러 상당)를 빌리는 데 담보로 활용됐다.

스테이블코인은 자금이 동결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동결하기 어려워 이들 자산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Aave 등은 결국 대출을 중단했으나, 해커들은 결국 약 24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 자산을 갖고 빠져나갔다.

오후 5시 15분, 바이낸스와 창업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소셜미디어에서 거세지자 바이낸스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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