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직접 소통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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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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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기였던 1933년. 당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라디오로 은행의 위기와 은행 휴업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어려운 금융 문제를 국민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하고 은행이 왜 문을 닫았으며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시작된 루즈벨트의 라디오 토크는 모닥불 옆에서 조곤조곤 얘기하는 것과 같다 해서 노변담화(Fireside Chat)로 불렸다. 노변담화는 확인된 것만 모두 31회에 달한다.

루즈벨트처럼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대통령들이 취한 행위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간 사례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서 찾을 수 있다.

차베스는 1999년 5월 ‘알로 프레시덴테’라는 이름의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루즈벨트의 노변담화와 비슷하게 시작한 이 방송으로 재미를 본 차베스는 이듬해 방송을 아예 TV 생방송 형태로 발전시켰다. 몇 시간 동안 국민 전화도 받고 정책을 설명하고 개인적인 일화도 얘기하는 포맷의 이 방송은 최장 8시간이 넘도록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거의 10년이 넘도록 이어진 이 생방송에서는 차베스가 방송 도중 중요한 정책을 즉석에서 발표하며 장관에게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2008년 생방송 도중 국방장관에게 콜롬비아 국경으로 군대 10개 대대를 이동시키라고 명령하고 외무장관에게 주 콜롬비아 대사관 폐쇄를 즉석에서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외교적·군사적 긴장 고조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SNS가 등장하기 전부터 세계 각국의 대통령들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했다. 기자회견처럼 제3자를 끼우는 포맷을 거치지 않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은 통치자들이 자주 겪는 증후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베스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직접 소통에서의 즉흥성은 정책이나 외교 등에 있어 또다른 위기를 부를 위험이 상존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다른 의제를 밀어내는 블랙홀이 되거나 장관조차도 대통령 지시를 수행하는 하급자 지위로 추락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 소통과 국무회의 생방송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은 다소 위태해 보인다. 즉흥적으로 나온 발언이나 텍스트라 해도 일단 대통령에게서 나온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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