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고향에 선보인 한국 유교 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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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단체 '박약회'회원 552명

중국 산둥성 취푸에 있는 공자의 사당인 공묘에서 박약회 회원들이 한국의 전통 예법에 맞춰 예를 올리고 있다. 연합

25일 오후 4시 45분 중국 산둥성 취푸(曲阜)에 있는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 세계문화유산으로 3만2천여평에 달하는 이곳의 중심 전각인 대성전(大成殿)앞에 한국인 552명이 공자에게 제사를 드리고 있다.

유학의 현대화를 내건 박약회(博約會)의 공묘 치전(致奠)행사다. 한국의 유림이 이렇게 대거 공자의 고향을 찾아,그것도 우리의 예법에 따라 제사를 올리는 것은 사상유례가 없는 일이다.

황제에게 올린다는 12변12두의 제물,금관제복,치전의 150여 가지에 이르는 세세한 차례와,그것을 적은 홀기(笏記)는 한국의 성균관 치전 행사에 준하는 양식으로 미리 준비해 왔다.

중국의 현지 언론 등의 많은 관심 속에서 40분간 진행된 제사는 엄숙하고 장엄했다. 제관이 손을 물에 씻고 공자의 신위 앞에 나아가 북향하여 3차례 향을 올리고,또 술을 올리는 낱낱의 행위는 삶의 아름다운 원리로서 인(仁)의 추상성을 예와 악의 구체성 속에서 완성하고자 했던 공자의 생각과 얼마간 상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용들이 비상하는 기둥으로 떠받쳐진 높이 33.8m의 대성전 앞에서 552명이 집례자의 구령에 따라 최고의 예를 나타내는 4배를 일제히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경기도 평택항에서 배로 14시간 서해를 건넜고,또 버스를 타고 산둥반도의 막막하고 지루한 평원을 물경 600㎞나 달려온 이들이 드리는 제사였다. 수백년의 수령을 능히 짐작케하는 공묘의 회나무와 측백나무들은 충분히 고색창연했고,이들의 제사도 누천년의 수령을 헤아리는 동아시아,혹은 한국 유학의 고색창연함을 느끼게 했다.

이날 초헌관은 박약회의 이용태 회장,아헌관은 김호면 서울지회장,종헌관은 남효근 문경지회장이 맡았고,권오숭 부산지회장과 이상희 부산부지회장은 대성전 안에서 제사의 절차를 돕는 20여명 중에서 각각 전사관(典祀官)과 집폐(執幣)로 나섰다. 이용태 회장은 '공묘를 찾은 것은 세 번째이지만 이렇게 격식을 갖추어 제사를 드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가슴이 벅차다'라고 했다. 이날 환영행사에 나온 공자의 76대 손녀인 콩링런(孔令仁·80) 산둥대 교수는 '한국의 친구 550여명이 공자의 사당에 제사를 지내러 온 것에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한 공자의 말씀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번 행사를 구상한 이동승 서울대 명예교수는 '특히 베트남에서 유학을 숭상하는데 조만간 하노이의 문묘를 찾아 제사를 드릴 계획'이라며 '한국이 앞서서 유학의 아시아적 연대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박약회는 87년 이퇴계의 사상을 선양한다는 취지로 창립됐으며,이번 치전 행사에는 서울 251명,부산 40명,경남 3명,안동 34명,문경 31명 등이 참가했다.

취푸=최학림기자 theos@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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