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경제이야기] 절대우위와 비교우위 / 황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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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상품생산비 달라 발생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싫어하는 축구팬은 별로 없는 듯하다. 엄청난 노력과 특유의 성실성으로 세계적 축구선수가 된 그는 운전 실력 역시 매우 뛰어나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시합을 앞두고 경기장으로 갈 때 직접 운전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맡기는 것이 나을까?

시합을 앞두고 있는 선수 입장에서는 운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감독의 지시 등을 생각하면서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가 직접 운전을 할 경우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경기를 망치게 되거나 혹 운전 중 사고라도 나면 그 피해는 매우 클 것이다. 즉, 박지성 선수가 축구와 운전 양쪽 모두에서 절대적 우위의 입장에 있더라도 운전을 직접 하게 될 경우 그 기회비용이 매우 큰 것이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다른 것 생각할 필요없이 운전만 열심히 하면 된다. 이 경우 운전기사는 축구나 운전 모두 박지성 선수보다는 못하지만 운전에서는 상대적 우위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신임감독이 선수들에게 내린 첫 지시가 직접 차를 몰고 훈련장에 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하니 그도 이러한 원리를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 같은 '절대우위'와 '비교우위'의 개념은 국가간의 무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보다 더 싸게 석유를 생산할 수 있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싸게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다.

양국은 당연히 석유와 옥수수를 교환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석유와 옥수수의 교환은 절대우위의 사례. 그러나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는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컴퓨터와 운동화를 모두 방글라데시보다 싸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하자. 즉 두 상품 모두에서 우리나라가 절대우위에 있지만 컴퓨터는 방글라데시보다 50% 싸게, 운동화는 20% 싸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할 경우 우리나라는 컴퓨터에,방글라데시는 운동화에 각각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다. 양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을 생산해 서로 교역을 하면 양국 모두의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국가간 무역이 자유화되면 소비자들은 무역을 통해 자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것을 소비할 수 있고 또 자국에서 생산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무역을 통해 더욱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무역을 통해 자국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시장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각 개인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모두 만들어서 쓸 수 없듯이 국가 간에도 생산을 늘려 서로 교환함으로써 상호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국가전체적인 이익을 증가시킨다고 해 국민 개개인의 이익도 모두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손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농산물시장 개방협상에 대해 농민들이 격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 것도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수입될 경우 우리 농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자유무역을 통한 이익은 손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자유무역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역의 이익을 피해를 보는 집단의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정부의 협상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있어야만 국가간의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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