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업종=조선족 편견은 버리세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묻지마 취업' 옛말 근로조건 등 먼저 따져

울산시 울주군의 한 조선관련 설비업체에서 중국동포 기술자들이 배관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이성호기자

울산에서 10년 넘게 조선관련 소규모 철구조물 제작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4일 일용직으로 일할 중국동포(조선족) 기능공의 채용상담을 하면서 이들이 급여보다는 근로조건을 먼저 따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이들이 하루 근로시간과 휴일 휴무 여부,출퇴근 차량제공 여부를 먼저 물어왔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급여수준만 맞으면 무조건 취업에 나섰던 조선족 근로자들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A씨는 "조선족은 타 외국인들과는 달리 국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한 데다 장기간 국내 현장근무로 기술 숙련도가 국내 기능인력에 못지않아 사용자들이 자신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당장 기능인력이 필요했던 A씨는 3명의 조선족 근로자가 제시한 근로조건을 다 들어주기로 하고 공장으로 '모시고' 가 기술수준을 확인한 뒤 모두 채용했다. A씨는 27일부터 매일 오전 7시 이들의 거주지로 직접 차를 몰고가 이들을 울산 외곽에 있는 공장까지 출근시키고 있다.

이들이 받는 일급은 2~3년 전의 3만~4만원에 비해 배가 넘는 평균 9만원으로 소득이 월 250만원이 가능해 타 업종에서 일하는 조선족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은 물론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내국인 근로자 소득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A씨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중국동포 손모(57·중국 옌지시)씨는 "용접이나 제관처럼 조선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술은 한국에서 고소득이 보장되고 찾는 곳이 많아 조선족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이제는 이왕이면 더 좋은 작업환경과 휴일을 보장받는 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것이 주변 동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울산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조선업계의 지난해 선박 수주량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등 국내 조선경기가 지속적인 호황세를 보이면서 조선분야 기능인력 수요가 공급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기능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하청업체 등 소규모 업체들은 내국인 기능인력 부족분을 조선족 등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A씨는 "대부분의 조선족 근로자들은 채용 당시의 근로조건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즉각 이를 따지거나 이직하는 등 정당한 권리를 찾고 휴일이나 여가시간을 지키려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조선족 중에서도 이처럼 상대적 고소득계층이 생겨나면서 급여를 최우선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근로조건이나 더 나은 복지수준을 요구하는 풍토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이성호기자 lsh77@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