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휩싸인 바다이야기] 부산 유흥가 '바다이야기' 오락실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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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 유혹에 하룻밤 수십만원 잠들지 못하는 '도박의 바다'

21일 오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성인 오락실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김경현기자 view@

"떴습니다! 멋진 야간 고래 떴습니다! 멋진 야간 고래 잡으신 24번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20일 자정 무렵 부산 서면 유흥가에 있는 '바다이야기' 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 수사와 정치권 연루 의혹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것과 달리 오락실 안은 당첨을 알리는 경쾌한 팡파르와 종업원의 들뜬 안내 방송으로 시끌벅적했다.

어두컴컴한 내부에는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20여명의 손님들이 대박의 꿈을 좇아 '고래사냥'에 몰두중이었다. 30~40대 남성들이 대다수지만 여성과 대학생도 눈에 띄었고 게임기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손님도 있었다.

'잭팟'이 터진 24번 게임기에서는 연신 화려한 램프가 번쩍이며 요란한 음악과 함께 당첨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였다.

"자리를 잘못 잡았네…" "오늘 터질 것 다 터진 것 아냐?"

곳곳에서 아쉬움과 탄식이 쏟아져 나왔고 한 손님은 "왜 내 기계만 며칠째 안 터지느냐"며 종업원에게 실랑이를 하기도 했지만 자리를 뜨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연타'가 끝나자 지폐 빨아들이는 소리와 룰렛 돌아가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릴 뿐 오락실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오락실을 둘러보던 기자가 빈 자리를 찾아 앉자 종업원이 급히 달려와 제지했다.

"안그래도 일진이 나빠 죽겠는데 왜 재수없게 남의 자리에 앉느냐." 옆자리에 앉은 40대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종업원은 게임기 베팅버튼 위에 올려진 라이터를 보여주며 기자에게 빈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손님은 20여명에 불과했지만 오락실의 40여대의 기계는 '풀가동'중이었다. 대부분의 손님이 한명당 2~3대의 게임기에 돈을 넣어두고 동시에 베팅중이었던 것.

10여분 뒤 드디어 게임기를 차지한 기자가 1만원권 지폐를 투입구에 밀어넣었다. 다른 손님들처럼 버튼 위에 라이터를 올리자 4초당 100원꼴로 베팅이 진행됐다. 화면은 배와 어패류 등이 지나다니는 바다 배경의 상단 화면과 룰렛이 돌아가는 하단 화면으로 이뤄져있다. 100원을 베팅하면 상단에서 금화가 떨어지고 바다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스핀'을 맞추면 하단의 룰렛이 돌아가 일치한 갯수에 따라 당첨금이 적립된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1만원을 다 날려버린 기자에게 옆 자리 손님이 한마디 훈수했다.

"멍게 떴을 때 돈 넣었지? 백날 해봐야 허사야. 나도 이거 터득하는데 족히 한달은 걸렸어. 돈도 수백만원 깨졌지. 초보인가 본데 오늘은 그냥 감만 잡는다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하는 거나 보다 가."

업주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검찰 수사에 대해 묻자 그는 "이번 수사는 어디까지나 정치권을 타깃으로 연루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장 폐쇄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바다이야기 뿐만 아니라 황금성,인어이야기 등 비슷한 게임이 이미 널리 퍼진 상황에서 쉽게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바다이야기를 취급하는 게임장은 부산 22곳,경남 18곳,울산 7곳이며 1천여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지역의 성인오락실 중 상당수가 유사 게임기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국·박태우기자

wideney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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