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날개' 발레로 다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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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 날자…날자/한 번만 더 날자꾸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의 소설 '날개'가 18일(오후 3시, 6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춤으로 부활한다. 김옥련발레단은 이날 소설과 같은 제목의 창작 발레극 '날개'를 무대에 올린다. 문학작품을 발레로 꾸민 사례는 그리 흔하지는 않다.

김옥련발레단 창작 발레극
이원국 등 화려한 출연진 눈길


안무자 김옥련은 "원형에 충실했다"고 했다. 다만, 두세 장면은 다소 비틀거나 긍정적인 요소를 첨가시켰는데, 마지막의 자살 장면이 그런 경우다. 소설에서도 딱히 '죽는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살을 희망의 춤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감기에 걸린 현실의 '상'이 아내가 준 수면제를 감기약으로 알고 먹은 뒤 잠든 꿈 속에서 이원국이 분한 꿈 속의 '상'이 아내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압권"이라고 말했다. 연출과 대본을 맡은 유상흘(극단 '장고개' 대표)도 "주인공과 아내의 대비된 춤, 이원국의 정통발레 등이 의미있는 눈요깃거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대세트도 흥미롭다. '상'이 떠도는 거리 장면은 대형건물 세트로 채워졌고, 매춘을 하는 아내의 방을 반드시 가로질러야 닿을 수 있는 '상'의 방은 부유하는 심리적 장치로서 전동차를 활용한 '움직이는 방'으로 체구됐다. 아내의 방에 설치된 '움직이는 거울'과 각종 미술 소품도 주제를 부각시킨다.

러닝타임은 총 1시간15분.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합쳐 모두 15개의 장면이 5분마다 숨 가쁘게 바뀌며 춤에 대한 몰입을 재촉한다. 소설을 통해 이야기의 대강이 잘 알려졌다는 사실과 일종의 내레이터인 낭송 장치도 관객 흡수력을 높여준다.

주인공인 현실의 '상'은 이용진(M-note 단원), 꿈 속의 '상'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이원국, 아내는 발레 '어린 왕자'의 최예원이 맡았다. 대구시립무용단의 송경찬, 프리랜서 무용가 강용기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13명의 춤꾼도 숙성된 춤사위가 흐뭇하다. 아코디언 송용창과 타악 설영성이 함께하고, 낭송은 프리랜서 배우 이진희와 극단 '누리에' 대표 강성우가 맡게 된다. 051-626-9486.

백현충 기자 ch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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