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가득~ 달맞이길에 '젊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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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달맞이길 해월정 맞은편에 형성된 커피 전문점 골목. 커피 전문점과 개성 있는 맛집들이 달맞이 길에 젊은 층을 불러들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난 21일 낮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길. 고갯길 인도에는 둘 셋씩 걸어가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배낭과 편한 옷차림의 여행객들도 보였다. 해월정 옆 무료주차장은 오전부터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늘어선 커피전문점 테라스에서는 연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테이블이 두 개뿐인 면 요리 식당 앞에는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를 포함해 서너 팀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운대 달맞이길 상권이 변신하고 있다. 라이브카페, 경양식집이 있던 자리에 커피전문점과 개성 있는 맛집이 들어서며 젊은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고갯길 달맞이길 상권은 과거 해월정을 중심으로 7080세대를 겨냥한 라이브카페, 대형 경양식 레스토랑, 가든식의 고깃집 등이 주를 이뤘다.

프랜차이즈 커피점 늘면서 유동인구 증가
개성 있는 맛집·프리마켓에 청년층 '발길'


2009년 커피전문점을 시작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해월정 맞은편 대형 고깃집이 있던 자리에 그 해 3월 엔제리너스 커피를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하나씩 들어섰다. 엔제리너스가 와인도 파는 커피숍을, 투썸플레이스가 백화점 내 매장을 제외하면 부산 지역 첫 매장을 여기에 냈다. 이렇게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빈스빈스, 커핀그루나루, 카페베네가 한 블록에 모이게 됐다.

커피전문점이 젊은층 유동인구를 불러들이면서 해가 지면 한적해지던 해월정 앞이 밤늦게까지 화사한 빛을 밝히게 됐다. 엔제리너스와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한 건물 1층의 편의점 GS25 달맞이공원점의 점주는 "2년 전 처음 입점했을 때에는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매출이 80%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해월정을 지나 달맞이 어울마당 맞은편에는 독특한 외관과 발레 주차장을 갖춘 독립적 상가건물도 들어섰다. 이 건물에는 해외 식기, 가구 등의 편집숍,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브런치카페, 풀빌라(숙박시설) 등이 입점했다.

특색 있는 맛집들도 하나씩 생겨났다. 이탈리아 식당 '엘레아', 베트남 식당 '더 포'를 비롯해 미포오거리 달맞이길 입구의 와플카페 '까사오로', 일본식 카페 '오토나리', 파스타 식당 '테이블포', 면 요리 전문점 '면식가', 일본식 도시락 전문점 '무겐' 등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소규모 맛집들이 블로그의 입소문을 타고 젊은층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달맞이길의 터줏대감이던 고급 경양식 레스토랑도 변신을 시작했다. 해월정 앞의 대형 레스토랑 알렉산더는 1층 전면부를 쪼개 분식집, 일본식 주점, 설렁탕 식당 등에 임대를 줬다. 스테이크하우스 나팔꽃이 있던 부지에 지난 2월부터 근린생활시설이 건축 중인 것을 비롯해 현재 달맞이길 해안도로에는 서너 채의 근린생활시설이 한창 공사 중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달맞이길이 드라이브 명소에서 걷기 편한 길로 보행 환경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해운대구청은 해안도로에 면한 숲길 산책로를 '문탠로드'라는 이름으로 조성하고 2009년부터 시작된 야간조명 설치 공사를 곧 전 구간 완료한다. 해안도로 인도에 산책로 목재데크를 설치하는 공사 또한 해송교~송정 해마루 구간을 마지막으로 연말 전 구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해운대구청 홍보팀 관계자는 "차가 없이도 문탠로드를 산책하는 연인과 가족이 늘었고, 기존 갤러리 골목에다 커피전문점과 맛집까지 생기며 달맞이길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며 "구청이 지난 3월부터 매주 토요일 해월정 광장에서 열고 있는 예술 소품시장 프리마켓에 대한 관심과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롯데캐슬부동산 이택환 공인중개사는 "마린시티로부터 시작된 해운대 부동산 활황이 최고 조망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유지하던 달맞이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월정 앞 지가는 3년 전 평당 500만~600만 원에서 최근 1천만 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경동메르빌 부동산에 따르면 "상가 관련 문의를 해오는 사람은 1년여 새 30% 이상 늘었지만 나오는 물량이 없을 정도"다.

달맞이길이 개성 있는 상권으로 유지되려면 대기업 중심의 프랜차이즈보다는 각각 다른 개성의 소규모 점포들이 자생적인 상권을 형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수영소상공인지원센터 이윤희 상담사는 "활황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자본을 가진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소상공인들은 버티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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