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보고 생각 키우고] '역사적 상상력' 가미된 '팩션' 왜 필요할까?
요즈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회적 이슈는 당연히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과 공약이다. 대선과 전혀 무관 한 듯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있다. 바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왕권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에 빠진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난폭해져 가던 광해는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해서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게 한다. 허균은 기방에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을 궁으로 데려와 왕의 대역을 하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독극물로 혼수상태에 빠진 광해가 치료 받는 동안, 하선이 언제 들통 날지 모를 왕 노릇을 하게 된다. 영화는 난폭한 광해와 달리 따뜻함과 인간미 넘친 하선이 왕 노릇을 하면서 성군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비록 '은 20냥'에 수락한 왕 노릇이지만 천한 하층민에서 점차적으로 위엄 있는 왕의 목소리를 내면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성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팩션'을 통해 구성된 역사적 상상력의 위력을 느끼게 해 준다. 팩션은 사실(fact)과 픽션(fiction)이 합해진 말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꾸며낸 이야기를 말한다. 실존 인물 광해군은 조선 제15대 왕으로 성군과 폭군이란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9세기까지는 '광기의 군주'로, 20세기 들어서는 '개혁의 임금'으로 역사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광해라는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진 15일간의 행적을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 과감하게 재구성한다. 왕을 둘러싼 권력 다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백성의 고통에 눈감고, 명분만 중시하여 명을 숭배하는 부패한 관료들의 저항에 맞서 실리외교와 대동법을 실시한 가짜 왕 하선의 이름으로 기록에서 사라진 15일 동안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재현하고 있다. 폭군과 패륜으로 평가받던 광해를 천민 하선의 이야기를 통해서 성군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되살려 놓고 있다. 그것은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 구성된 이야기가 준 위력이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구성
우리가 잊은 가치 발견, 나아갈 방향 찾아
역사책이나 교과서가 아닌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 구성된 팩션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은 역사의 교훈을 더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전해 받는다. 과거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실 그대로가 아닌, 존재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구성된 메시지를 통해 현재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역사적 상상력은 지나간 역사에 대한 통찰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역사에 예지력을 갖게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광해가 영화를 통해서 현재의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의 성공은 유머와 감동의 적절한 조화, 뛰어난 배우들의 호연, 전체를 아우르는 연출력의 탁월함 등에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가짜 왕 하선의 간절한 외침이다.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예, 나에겐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 곱절 천 곱절 더 중요하단 말이오!"라는. 이 말은 하선이 고통 받는 백성을 구원하는 정치를 하듯이, 현재 국민의 리더도 자신들의 권력과 안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편에 섰으면 하는 간절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왕의 자리에서 백성의 마음을 읽어 내고, 백성의 고충을 덜기 위해서 제도를 정비하고, 국제 정세를 주체적으로 이용하여 실리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의지력은 이 시대의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자질이기도 하다.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 재구성된 성군의 모습이 진정 이 시대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자. 박길자·개성고등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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