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근원 교수 그곳에서 우리를 만나다] <10> 알타와 신라 김알지의 '알'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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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알타'와 '노르드캅'에 우리 옛말이 오롯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르웨이의 알타 암각화.

북극권에 '알타'라는 곳이 있다. 1만 년 전 노르웨이 최고(最古)의 곰사 문화가 꽃을 피운 지역이다. 이곳에 있는 암각화 지대와 박물관은 지난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93년에는 유럽 최우수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알타박물관 지하를 한 바퀴 둘러보고 야외 박물관인 이브마르옥타로 나간다. 야외 박물관은 옛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상을 바위에 새겨 놓은 곳이다. 사슴, 소, 양은 물론 새끼 밴 소도 있다. 이들을 가둬 놓은 목장도 보이고 고래, 넙치 등도 있다. 고래를 잡아 끌고 오는 풍경도 있으며 사냥을 한 뒤 춤 추는 모습도 있다. 오솔길과 나무다리로 꾸민 산책로를 따라 오르내리며 곳곳에 새겨놓은 이들의 암각화를 구경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냥 훑고 지나가기만 해도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알타라는 지명에서도 우리 옛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알타에서 '알'은 신을 뜻하기도 하고 황금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아름답다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타'는 '따, 토(土), 터, 트'와 같은 무리의 말로 땅을 뜻한다. 따라서 알타라는 지명은 '신의 땅'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서도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김'은 황금 또는 최고, 우두머리를 뜻하는 '간, 칸, 감, 곰, 검'과 같은 무리의 말이다. '알'은 신, 황금, 모든 것을 뜻한다. '지'는 '씨, 지, 치'로서 옛날에는 존경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이었다. 김알지는 그러니까 최고의 신과 같은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박혁거세의 딸이며 남해 차차웅의 누이인 아로 공주의 이름에서 '아로' 역시 신이라는 의미다. 아로 공주는 신관으로서 신라 시조묘의 제사를 주관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삼국시대 6가야 중 하나인 아라가야는 신이라는 뜻의 '아라'와 나라라는 뜻의 '라'가 합쳐져 신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백제 때 임금을 이르던 말 '어라하'에서 '어라'는 임금, 높으신 분, 황금, 신이라는 뜻의 '알'과 같은 말이다. '하'는 해, 임금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어라하는 해와 같이 높으신 분, 곧 임금을 일컫는 말로 쓰인 것이다. 이외에도 알천, 알영, 알평 등 알자가 들어간 이름은 적지 않다.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는 게 알이라는 말이 우리 옛말에서만 쓰인 것이 아니라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신, 황금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알타이 산맥 역시 알타와 뜻이 같다. 알타이에서 알은 으뜸, 금, 신을 뜻하며 타이는 땅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알타이는 신이 사는 땅 또는 으뜸인 땅, 황금의 땅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알터(altar) 역시 제단이라는 뜻이다.

중동 사람들이 신을 '알라'라고 칭하고, 스페인말로 오로(Oro)가 황금을 뜻하며, 영어의 올(all)은 신에서 발전해 모든 것을 뜻하는 말로 변한 것이다. 물론 신이나 황금을 뜻하는 알이 우리말에서 간 것인지 우리말로 들어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말이 알타이어족이라는 점을 볼 때 알타이에서 발원하여 전 세계로 퍼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알타 박물관을 나와 E6번 도로로 올데르피요르드까지 가는 길은 고원지대로서 나무가 거의 없고 풀만 있는 그런 벌판이다. 올데르피요르드에서 E69번 도로를 갈아타고 북쪽으로 노르드캅을 향해 달린다. 노르드캅은 유럽 최북단의 곶으로 북위 71도 10분 21초에 위치하는 유럽 북쪽의 땅끝이다. 여기서부터 북극점까지는 2천110㎞다. 이곳은 옛날 사마인들이 살아있는 제물을 바치던 장소였다고 한다.

노르드캅에서 '노르'는 원래 북쪽, 높다는 뜻을 가진 말이고, '드'는 '타, 터, 토'와 같은 무리의 말로 땅이라는 뜻이다. 결국 노르드는 북쪽이라는 뜻이다. 캅은 곶이라는 의미다. 영어로는 노스 케이프(North Cape)로 번역할 수 있다. 노르웨이라는 이름도 '북쪽 나라'라는 뜻이다.

영어의 노스나 스칸디나비아어의 노르드는 모두 북쪽 땅이라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북쪽을 이르는 순우리말에 '노'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을 거의 쓰지 않지만 뱃사람들은 아직도 쓰고 있다.

튀어나온 곳(땅)을 우리말로는 곶이라 하고 한자를 빌어 '갑(岬)'이라 표기한다. 곶, 갑이 노르웨이어에서는 캅으로 나타나고, 포르투갈에서는 '카보', 영어로는 '케이프'로 전화된 것이다. 포르투갈 서쪽 끝, 대서양 쪽으로 나와 있는 곶으로 유럽 대륙의 서쪽 땅끝은 카보 다 호카이고, 남아공의 최남단 땅끝은 케이프 혼이다. 결국 우리말의 곶, 갑이 그대로 유럽에서 '카보'나 '케이프'로 쓰이는 것이다. 카보나 케이프가 우리말 곶, 갑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 포르투갈, 남아공을 여행한다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gwsong@ks.ac.kr


송근원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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