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일반 고객은 모르는 백화점 'VIP 고객'의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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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 왕 위에 황제 있다

호텔 스위트룸을 방불케할 정도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이 라운지의 독립공간에서 고객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백화점 임·직원들에게 고객은 왕과 같은 존재다. 신세계는 '우리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왕 대접을 받더라도 일반 고객들은 절대로 누릴 수 없는 서비스도 많다. '왕 고객' 위에 엄연히 '황제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 고객들은 '황제 고객'이 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도 한다. 도대체 '황제 고객'이 어떤 혜택을 누리길래? 또 '황제 고객'이라고 해서 마음이 항상 편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황제 고객'의 자격 요건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국내의 모든 백화점들은 우수 고객을 위한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 고객을 우수 고객으로 '신분 상승'시키는 기준은 연간 구매액이다. 하지만 백화점마다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롯데백화점은 우수 고객을 크게 'MVG'와 '애비뉴엘'로 나눈다. 'MVG'는 모든 제품의 구매액을 기준으로 선정하지만 '애비뉴엘'은 명품 구매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MVG'와 '애비뉴엘'은 각각 세가지 등급으로 세분화된다. 직전 1년간 구매 금액이 6천만 원 이상이면 'MVG 프레스티지'로, 3천500만 원 이상이면 'MVG 크라운'으로 선정될 기본 자격 요건을 갖춘 셈이다. 'MVG 에이스'의 커트라인은 점포에 따라 1천500만~2천만 원 수준. 애비뉴엘 회원 가운데 최상위인 'LVVIP'는 1억 원 이상, 'VVIP'는 5천만~6천만 원 이상, 'VIP'는 2천500만~3천만 원 이상이다.

백화점마다 기준 다르지만
통상 연간 구매액 따라 등급화
500만 원부터 1억 이상까지
등급 따라 혜택 천차만별

상시 할인·생일 선물은 기본
전용 라운지에 전담 직원도 둬

'황제' 탈락할까 두려운 고객
연말 되면 구매액 확인 전화도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신세계 센텀시티는 '황제 고객'을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가장 최상위인 트리니티 고객은 '슈퍼 황제 고객'으로 불린다. 전국 6개 신세계 백화점 이용 고객 가운데 최상위 999명에게만 이 호칭을 허락한다.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하늘의 별 따기' 수준. 부산 전체를 통틀어 현재 265명만이 트리니티로 선정됐다. 퍼스트프라임의 기준은 연간 구매액 6천만 원, 퍼스트는 4천만 원, 아너스는 2천만 원, 로얄은 800만 원이다. 현대백화점은 3가지 등급의 우수 고객 제도를 운용 중이다. 쟈스민은 4천만 원 이상, 플래티늄은 2천만 원 이상, 골드는 500만 원 이상이다.

하지만 연간 구매액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황제 고객'으로 등극하는 것은 아니다. 각 백화점들은 매년 말 구매액 커트라인을 넘긴 고객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최종 선정한 뒤 개별 통보하기 때문이다.

■'황제 고객'이 받는 혜택

백화점들은 '황제 고객'이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공통적인 부분은 상시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 또 생일이나 명절 때 등급에 따라 내용물에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선물을 전달한다. 백화점들이 '황제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서 가장 차등을 두는 부분은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라운지 이용과 주차를 대행하는 발레파킹.

라운지는 철저히 등급에 따라 나뉘어 있다. 각 백화점들은 일반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다소 '비밀스러운 공간'에 등급별 라운지를 두고 있다. '황제 고객'은 전용 카드를 이용해 라운지로 입장한다. 카드를 대면 얼핏 보아서는 단순한 벽면처럼 보이는 출입구가 비로소 개방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무료다. 백화점에 따라 1~3인의 일반 고객을 동반해 입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높은 등급의 라운지일수록 인테리어나 음료 등은 훨씬 고급스러워진다. 예를 들어 최상위 '황제 고객'들이 이용하는 라운지는 커피 한 잔을 제공하더라도 물수건과 견과류, 다식, 케이크, 생화 장식 등을 갖춘 1인용 다탁을 각 손님에게 제공한다. 이런 라운지에는 매장에서 구매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드레스룸 형태의 탈의실을 갖춘 독립된 방들도 설치되어 있다. 

롯데백화점 MVG 프레스티지 등급 고객들만이 이용하는 부산본점의 전용 라운지 입구.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 회원 카드를 대면 비로소 출입구가 열린다. 정대현 기자 jhyun@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상위 등급인 'MVG 프레스티지'와 애비뉴엘 회원은 전국 모든 롯데백화점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MVG 크라운'도 같은 혜택을 받지만 무료 주차 시간이 하루 5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MVG 에이스'는 해당 백화점에서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로얄 회원을 제외한 모든 '황제 고객'에게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부산점도 쟈스민 회원에게 전용 라운지와 발레파킹 서비스, 플래티늄 회원에게 전용 데스크 음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로 꼽히는 것은 최상위 '황제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쇼핑 가이드 제도. 백화점의 전담 직원이 직접 고객을 수행하면서 해당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신상품과 패션 트렌드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즉, 이 등급의 고객들은 백화점 1층 입구 발레파킹 장소에 도착한 이후부터 최고의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신세계 센텀시티가 우수 고객을 위해 주차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1층 발레파킹 라운지에서 한 고객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황제 고객'도 불안하다?

연간 구매 총액을 결산하는 연말이면 각 백화점에는 고객들의 전화 문의가 이어진다. 자신의 구매 총액 누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등급별 커트라인을 넘겨야 이듬해에 '황제 고객'으로 재선정되거나 신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기존의 '황제 고객'들의 상당수도 등급 상향을 위해 자신의 구매 총액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이에 따라 최근에는 '황제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신세계 센텀시티의 경우 올들어 '황제 고객'이 전년 대비 평균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백화점의 경우는 5% 상시 할인 등의 혜택을 공유하기 위해 다수의 지인들이 한 명의 회원 카드로 돌아가면서 쇼핑하는 방식으로 '황제 고객'에 선정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우수고객 마케팅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 백화점들은 일반 고객에 비해 풍부한 소비 여력을 갖고 있는 최상위층에 대한 VIP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편법으로 우수 회원이 되려는 사례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영철·안준영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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