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나 홀로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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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라는 말은 독일인 빌헬름 브룬이 1891년 발명한 택시미터(Taximeter)에서 유래했다. 이 요금 산정 기계는 자동차 뒷바퀴의 회전으로 주행 거리를 계산해 요금이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했다. 지정된 주차장이나 역 구내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영업용 여객자동차를 처음에는 택시캡(Taxicab)이라 불렀다. 전화 등을 통해 지정 장소로 나가는 경우엔 콜택시(Call taxi)라 했다. 달리는 택시를 손님이 세워 타고 가는 경우는 예전에는 없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 이봉래라는 서울의 한 부자가 일본인 2명과 함께 포드 T형 승용차 2대를 구입해 시간제로 임대영업을 한 것이 택시의 시초다. 최초의 회사는 1919년 일본인 노무라 겐조가 세운 경성택시회사이며, 한국인으로는 조봉승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1921년 종로택시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택시 요금은 매우 비싼 편이어서 부유층이나 특수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1920년대 쌀 한 가마니 가격이 6~7원이었는데, 택시를 빌려 서울 시내를 한 시간 도는 운임은 무려 6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택시는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화를 거듭했다. 국내에서는 개인택시, 중형택시, 모범택시를 거쳐 오늘의 카드택시에 이르렀다. 외국에서는 택시가 호텔업(?)에까지 진출하는 세상이 되었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 '택시 호텔'이 등장해 화제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주차된 노란 택시에 들어가면 노란 베개가 놓인 침대가 있고, 머리맡에는 노란 해바라기꽃과 뉴욕 지도가 걸려 있다고 한다. 5성급 호텔에서 일한 호텔리어가 착안한 택시 호텔은 하룻밤에 3만 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뉴욕을 찾는 여행객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부산 택시의 시간실차율(승객승차운행시간/총운행시간×100)이 23%에 그쳐 하루 근무시간의 77%를 빈 차로 보낸다는 통계가 나왔다. 서울 인천 대구 광주 대전 등 국내 6대 대도시 가운데 가장 낮아 부산은 '나 홀로 택시'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택시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 해소 대책이 긴요하다. 운전기사 혼자 손님을 찾아 배회할 게 아니라 손님이 있는 곳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의 택시 호텔이 또 다른 힌트가 될까.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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