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안 남은 부산전차 흔적 '고관변전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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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식당으로 이용된 옛 고관변전소(왼쪽)와 최근 철거 중인 모습. 독자 백인태 제공

60년대까지 시민의 발이 돼준 부산전차의 몇 안 남은 흔적 중 하나인 '고관변전소' 건물이 최근 사라졌다.

지난 26일 낮 동구 수정동 고관입구. 요란한 소음과 함께 대형 굴삭기를 동원한 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가림막 사이로 철근이 훤히 뼈대를 드러냈고, 빛바랜 붉은 벽돌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80년 역사를 지닌 옛 '고관변전소'의 잔해들이다.

80년 역사 지닌 벽돌식 건물
금융기관에 팔려 철거 진행


몇몇 향토사학자와 토박이 주민들 사이에만 알려진 이 건물은 부산전차 관련 주요 자산 중 하나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전차 운영사인 조선와사전기㈜는 전차 전기 공급을 위해 1937년 이곳에 단층 벽돌식 건물을 지어 '옥내 변전소'로 활용했다. 1968년 전차 운행 중단 뒤 용도 폐기된 변전소 건물이 개인에게 팔렸다. 이후 건물은 오락실과 식당 등 상가로 이용되면서도 외형은 원래 모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 금융기관에서 옆 건물들과 함께 매입한 뒤 며칠 전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다. 등록문화재나 근대건조물로 지정이 안 된 데다 관할 동구청조차 해당 건물에 대한 유래를 모르다 보니 속절없이 헐리고 만 것이다.

오랫동안 고관변전소 주변에 살면서 부산전차에 관심을 가져온 백인태(66) 씨는 "전차가 사라진 뒤에도 얼마간 수정동 등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 역할을 했었다"며 "몇 개 안 남은 전차 관련 흔적이 너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부산지역의 전차 관련 자산은 동아대박물관 앞 부산전차 차량과 '거제리 전차역' 건물, 온천장 농심호텔 앞에 놓인 '할아버지 석상(石像)' 정도다. 부산전차와 할아버지 석상은 대학과 호텔 측의 노력으로 보존되고 있지만, 거제리 전차역 건물은 언제 헐릴지 모를 운명이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고관변전소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근대건축물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며 "근대문화자산에 대한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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