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용역 제대로] 4. 국책사업 지연 전철 안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밀양 되면 환경 훼손·민원 불 보듯… '제2 송전탑' 사태 예상

산으로 둘러싸인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환경 훼손과 소음 민원 등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 반면 바다로 둘러싸인 가덕도 신공항은 환경 훼손과 소음 민원이 적고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첫 단추를 잘못 꿴 국책사업, 특히 입지 선정이 잘못된 사업이 유발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KTX 천성산 구간 공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례에서 이미 수 차례 겪은 일이다. 이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 입지 역시 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 민원 발생 소지가 적은 곳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지 절토와 소음 피해가 극심한 밀양보다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밀양, 여의도 19배 면적 녹지훼손

대구가 내세우는 신공항 예정지인 밀양 하남읍은 대표적인 농업지대다. 신공항 건설 땐 약 660만㎡(200만 평) 규모의 옥토가 사라지게 된다. 심지어 10개 이상의 산봉우리를 잘라내야 하는데, 그 절취량이 15t 덤프트럭 2천100만 대 분량(1억 6천만㎥)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개 이상 산봉우리 잘려
산사태 등 자연재해 우려

훼손 녹지 면적 여의도 19배
분지형 입지 대기오염 취약

해당 지역 마을·공장 밀집
종친회 등 주민 반발 예상

수요 대비 공항 확장 힘들어
해안 공항은 언제든지 가능


송교욱 부산발전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산을 깎는 공사 도중 큰 비가 오면 씻겨 내려온 토사에 의해 배수로 등이 막혀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도 우려된다"며 "공사비뿐 아니라 잘려나간 나무를 복구하기 위한 대체 복원지 등 환경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밀양은 신공항 입지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오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송 실장은 "밀양 신공항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발생할 경우 공기가 확산될 수 있는 해안공항에 비해 분명히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제대로 된 입지 평가 용역이라면 이에 대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부터 해 봐야 하는데, 과연 용역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밀양 후보지의 경우 산 절취에 따른 녹지 훼손 면적이 5천500만㎡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약 19배에 달한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게다가 산을 잘라내기 위해서는 각 산마다 정상까지 폭 8~12m 도로를 개설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환경 훼손도 적지 않다. 산 표면 아래 3~4m부터는 암반으로 되어있어 발파에 따른 진동과 분진, 소음도 우려된다.

■민원 인한 사업 지연 어쩌려고?

특히 밀양의 경우 산 아래 밀집된 마을과 공장들 때문에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 신공항추진단에 따르면, 밀양의 신공항 예정지 인근에는 약 1만 3천600명(5천800가구)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약 480명(250가구)이 살고 있는 가덕도 예정지 인근 거주 주민 수의 28배 이상 되는 수치다. 이에 따라 공항 건설은 민원 발생 소지가 적고, 완공 이후에도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적은 해안공항인 가덕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밀양 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밀양, 창녕, 김해에 걸친 산봉우리의 절토가 본격화 하면 환경단체와 인근 사찰, 종친회 등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 같은 민원에 대한 고려 없이 입지를 선정할 경우 동남권의 항공 수요 폭증에 대비할 신공항 건설의 지연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

김부재 부산시 신공항추진단장은 "공항 입지 선정 뒤 예타, 설계, 착공 등을 거쳐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만 10년"이라며 "김해공항의 포화시기도 당초 정부가 전망한 2023년 보다 2~3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종 민원으로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정부의 항공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오는 2023년 포화상태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김해공항 이용객은 1천238만 명으로, 정부의 2015년 항공수요 예측치인 1천93만 명보다 13.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밀양은 송전탑 사태 때 주민 동의 없는 국책사업으로 인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에도 절차 상 문제가 있는 국가사업, 잘못된 입지 선정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래 확장 가능성도 부산이 높아

신공항은 증가하는 항공 수요 처리에 대비한 확장 용이성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내륙지역은 일단 공항이 생기고 나면, 주변 지역이 도시화 되면서 향후 확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도 민원으로 인한 공항 확장의 어려움으로 하네다로 국제공항 기능을 옮긴 사례가 있다.

부산시는 밀양 신공항 건설 때 발생하는 소음 보상비가 연간 약 14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공항 확장을 하게 될 경우 소음 권역이 확대돼 공사비 외에 막대한 소음 대책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 해안공항인 가덕 신공항은 언제 어떤 규모로도 향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부산시의 주장이다.

박인호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여러 문제가 있는 밀양에 새 국제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은 제대로 된 신공항을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오판할 경우 부산항을 낀 대한민국의 국제물류 허브는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측은 "대구가 밀양 신공항의 전제로 내세운 김해공항의 폐쇄 역시 부산시민의 저항으로 실현되기 힘들다"며 "김해공항 존치 땐 노선과 수요의 밀양 신공항 이전이 불가능해 밀양은 적자공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