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임·임성용, 오선영·손남훈 부부작가들의 글과 삶 이야기 "글 쓰는 동지면서도 서로 견제하는 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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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부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왼쪽부터 손남훈 평론가·오선영 소설가 부부, 이정임·임성용 소설가 부부. 이재찬 기자 chan@

부부라는 인연에 또 하나의 인연이 더해진다면….

책이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세상. 글 쓰는 일이 힘겨운 시대지만 글로 밥벌이를 하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이정임·임성용 소설가 부부와 오선영(소설가)·손남훈(문학평론가) 부부다. 이들은 모두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모두 본보 신춘문예로 등단
활발한 활동으로 문단 '주목'

평론가 남편 따끔한 지적에
글 다시 본다는 소설가 아내

너무 잘 알아 불편하지만
서로의 이해가 큰 힘이라고

이정임 소설가는 지난 2007년 등단해 소설집 <손잡고 허밍>으로 지난해 말 부산작가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등단한 오선영 소설가는 최근 소설집 <모두의 내력>을 내놓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평론집 <루덴스의 언어들>을 발간한 손남훈 평론가는 2008년 등단 이후 전국의 대표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발행인과 편집주간을 맡는 등 비평가들의 안정적인 지면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임성용 소설가는 올해 등단한 신인으로, 제주 4·3항쟁을 다룬 묵직한 등단작으로 소설가로서 성장 가능성을 크게 인정받았다.

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부산일보로 등단했다는 공통점 외에도 지난 2011년 5월 나란히 결혼한 인연을 지닌 이들 작가 부부들은 다른 듯 닮은꼴이었다. 결혼 8년 차에 여전히 신혼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 하지만 글 이야기 앞에서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오선영·손남훈 부부는 글 쓰는 영역이 다른 만큼 글에 대한 토론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것 가지고 안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눈물을 쏟을 만큼 작품에 대한 지적이 날카롭지만, 글에 대한 동지애 역시 끈끈하다. 오 작가는 "결국 본인 스타일대로 글을 쓰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글을 다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성대 국문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이정임·임성용 소설가도 마찬가지. "등단 시즌이 오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했던 것 같다"는 이들은 올해 임 작가가 등단하면서 '서로 견제하는 사이'가 됐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가는 "요즘 무슨 말만 하면 '나를 견제하는 건가'라는 말을 듣는다"며 웃음 지었다.

'글 쓰는 일=중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것은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손 평론가의 경우 원고 마감 탓에 주말에도 수시로 나가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아내의 이해가 큰 힘이 된다고. 오선영·손남훈 부부는 "문학적인 측면에서 특히 서로 주고받는 게 많다. 예컨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출산과 육아 담당을 엄마에게 몰아가는 우리 사회, 그 속에서 배제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너무 잘 알아서 불편하다는 것도 공통된 목소리였다. 이정임·임성용 부부는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만나다 보니 너무 뻔하다"고 웃음 지었다. 오 작가 역시 "오문비 발행을 위해 편집위원들이 100만 원씩 갹출한 적이 있다. 둘 다 시간강사여서 빠듯한 살림살이였지만 상황을 뻔히 알다 보니 못 내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작 고민으로 여념이 없는 이들의 모습에서 문단의 힘찬 동력을 발견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 나은 작품을 향해 같은 발을 내딛는 이들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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