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자리 박람회 가 보니] 2030 청춘들, 부스마다 절박한 '취업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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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청년희망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받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아무래도 불안하죠. 나이가 있다 보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구직자 황형섭 씨·31·부산 수영구)

"공기업 사무직에 취업하고 싶은데, 기술직을 주로 뽑는다고 해 걱정이에요."(학생 김명지 양·18·부산세무고 3년)

'일자리 정부' 첫 박람회 
대기업 등 116곳 참여
'일회성 행사 치중' 지적도

22일 오후 2시께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청년 희망 일자리 박람회' 행사장. 교복 입은 고등학생부터 정장을 차려입은 20~30대까지 다양한 청년 구직자가 행사장 배치도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부스 앞 의자는 이미 대기자로 가득 찬 상태였다. 취업이 절박한 일부 구직자는 각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말을 혹여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 기울이며 메모지에 빼곡하게 받아 적는 모습이었다. 어렵게 면접까지 가게 될 경우 외모 등 이미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인지 '헤어·메이크업 컨설팅' 부스 앞에는 남녀 가릴 것 없이 대기자가 길게 줄을 잇고 있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청년 실업률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3개 도시에서 개최하는 릴레이 일자리 박람회의 첫 행사가 이날 부산에서 열렸다. 통계청과 부산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산 지역 청년 실업률은 11.5%로 전국 평균(9.9%)을 웃돈다. 이는 2000년 12.1%를 기록한 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부산 청년 실업자는 3만 3000명에 달한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권이 박람회의 첫 도시로 부산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부산 행사에는 삼성, SK, 두산 등 대기업 계열사 19곳과 중소·중견기업 69곳, 공공기관·공기업 28곳 총 116개 기업이 참여해 외형상으로는 구직자와 기업을 잇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를 주최한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졸업 시즌을 맞아 미취업 청년들이 취업 기회를 다시 가질 수 있도록 2월 행사로는 드물게 대규모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에도 참석자는 주최 측이 자신한 5000명 내외에 크게 못 미치는 3000여 명 안팎으로 추산됐다.  

행사장 안팎에선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각 부처의 안이한 태도를 강도 높게 질타한 뒤 산업부가 부랴부랴 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이번 행사는 대통령 발언 직후 준비가 시작돼 제대로 된 홍보가 없었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절박한 이들이 박람회 개최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박람회에서 만난 한 구직자는 "행사 개최를 미리 알았으면 자기소개서를 준비해 와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급하게 소식을 듣고 와 아쉽다"며 "일회성 행사보다는 정부가 실효성 있는 청년실업 대책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직자도 "취지는 좋아도 실제 필요한 사람들이 참가할 기회를 갖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하루 달랑 행사를 열고 가는 것을 보니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도 과거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치중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자영·장병진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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