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야, 낙동강 모래톱에 다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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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부터 새하얀 무리가 낙동강하구 모래톱을 뒤덮는다. 5~6월 모래사장 위에 알을 낳고 무사히 번식을 끝낸 뒤 7월초 모래톱을 뜬다. 노란 부리와 검은 머리, 희고 날렵한 몸매가 인상적인 여름 철새 쇠제비갈매기가 자아내던 '옛 풍경'이다.

1억 들여 사주섬 환경 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추진

방해식물 제거·번식 시설 설치
과도한 인간 활동 제한 지적도

국내 최대 쇠제비갈매기 도래지였지만 지금은 새들이 찾지 않는 '도요등'과 '신자도' 등 낙동강하구 사주섬 일대를 '새들의 낙원'으로 복원하는 사업이 시작된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올 연말까지 1억 원(국비 7000만 원, 시비 3000만 원)을 들여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쇠제비갈매기가 예전처럼 활발히 번식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 과거 가장 붐볐던 도요등 서쪽 모래사장(5000㎡)의 방해식물(좀보리·통보리사초)을 제거하고, 후리새 모형(100개) 등 번식 시설을 설치해 쇠제비갈매기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7000마리가 넘는 쇠제비갈매기가 찾았던 도요등과 신자도 일대는 2014년부터 방문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2016년엔 68마리, 지난해엔 208마리만 발견됐다. 번식 정도를 알 수 있는 둥지 역시 급감했다. 2005년에는 1600여 개가 발견됐지만, 2014년 10개, 지난해엔 1개(사진)로 사실상 번식지 기능을 잃었다. 사라진 쇠제비갈매기는 경북 안동호나 강원도 등지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쇠제비갈매기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물길 변화와 인간의 영향을 꼽는다. 신항만 조성으로 바닷물 흐름이 바뀌면서 침식 현상으로 모래사장이 줄어든 데다, 인근 다대포해수욕장의 해상레저 활동이 쇠제비갈매기 번식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번식기인 4~6월 낙동강하구 사주섬 일대에서 쓰레기 청소작업을 벌이기도 해, 수년 전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복원과 보호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늦게나마 올해 복원 작업이 첫발을 떼면서 낙동강하구 사주섬이 옛 쇠제비갈매기 번식지 위상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관계자는 "연말까지 1차 복원을 끝낸 뒤 내년 봄 쇠제비갈매기가 몰려드는 효과가 확인되면, 신자도를 비롯한 주변 사주섬 일대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식지 복원 사업이 효과를 거두려면 주변의 무분별한 인간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하늘로는 패러글라이딩, 바다로는 모터보트가 다니면서 레저객이 섬 안까지 들어가 쇠제비갈매기 서식을 방해하고 있다"며 "다대포 일대에 감시초소를 설치해 사주섬 주변 레저활동을 철저히 통제해야 복원 사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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