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법 있으나 마나…폭죽에 얼룩진 해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밤 사이 터뜨린 폭죽이 다음 날 아침 송정 해수욕장 위에 널브러져 있다. 이우영 기자

해수욕장 불꽃놀이가 금지된 지 4년이 흘렀지만 폭죽 판매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 법이 무색한 실정이다. 위험천만한 불꽃놀이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전 11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둘러본 편의점 10곳 중 4곳에서 버젓이 폭죽을 팔고 있었다. 민락회센터 인근 편의점에는 폭죽 3종류를 놓아뒀고, 큼지막하게 가격 표시를 한 곳도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해변 중심부 삼거리 편의점에서도 폭죽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수욕장 폭죽 금지 4년
허술한 관련 규정 개정 탓
불꽃놀이 빈번 민원 속출
판매 막을 길 찾아나서야


해수욕장 인근에서 손쉽게 폭죽을 구할 수 있자 불꽃놀이를 하는 관광객은 끊이질 않는다. 김 모(29·서울 마포구) 씨는 "해변 인근에서 폭죽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쏴 본 적이 있다"며 "얼핏 불법이라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해변 인근 주민들은 밤마다 되풀이 되는 폭죽 소리에 불편을 호소한다. 송정해수욕장 주변에 사는 주민 김 모(45) 씨는 "3~4년 전과 달리 대형 폭죽을 터뜨리기도 해 많이 놀란다"며 "해변이 화약 연기로 자욱해지는 데다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폭죽은 취객들이 옆사람에게 쏘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데다 터뜨리고 난 후 쓰레기도 문제다. 해운대구서핑협회 신성재 대표는 "폭죽 속 철사를 던지고 가는 분이 많아 서핑족들의 발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불법으로 규정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불꽃놀이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허술한 관련 규정 때문이다. 2014년 12월 해수욕장법 개정 당시 제22조에 '장난감용 꽃불 놀이'를 금지했다. 소음과 환경오염, 안전 사고 등의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인근 편의점 등 상점에서의 판매를 금지할 조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단지 폭죽을 백사장에서 파는 행위만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관할 구청은 편의점 등 상점에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의 편의점 입구에 판매를 위해 놓여 있는 폭죽. 독자제공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변에서는 폭죽을 쏘지 말아 달라는 안내 방송에 아랑곳 없이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단속반과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도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법의 실효성을 위해 해수욕장 인근 폭죽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수영구청 관계자는 "백사장 판매는 단속을 통해 압수도 가능하지만, 편의점 등 상점의 판매에는 속수무책이다"며 "편의점 등의 폭죽 판매를 제한해야 폭죽 놀이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