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 노후 로드 트랙터] 매연 뿜는 ‘로드 트랙터’ 특별법 시행 전 실태 파악 급하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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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한 부두 게이트에서 로드 트랙터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 한 부두 게이트에서 로드 트랙터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 시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로드 트랙터는 부산항과 연결된 육상 물류의 중추다. 항만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육상 물류도 원활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시행될 항만대기질개선특별법에 따라 항만 출입이 통제될 노후 로드 트랙터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논의 중인 미세먼지 관련 추가경정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각 부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 항만대기질개선특별법 시행

지난해 부산 5등급 이하 차량 13만여 대

저감장치 달고 출입 가능한 차량 1787대

업계 “파악 안 된 제한 차량 훨씬 많을 것”

실태 모르니 대책 수립·사업 추진도 부진

해수부·BPA ‘떠넘기기’식 무대응 비난

■부산시·환경부 올해 저감조치 대상 100대뿐

지난해 기준 부산시에 등록된 경유 차량 48만 5744대 중 배출가스 5등급 이하 차량은 13만 8000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환경부는 미세먼지(PM)·질소산화물(NOx) 동시 저감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배출가스 5등급 이하 항만 출입 차량이 1787대라고 파악해 부산시에 알려줬다.

이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차량은 2002~2007년 생산된 국산 상용차 일부로, 외국산 차량이나 공간이 부족하고 배기 온도가 300℃에 못 미치는 차량은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류업계에서는 훨씬 많은 차량이 배출가스 5등급 이하일 것으로 본다. 장거리 수송 차량은 주행거리가 길어 노후 차량이 적지만 부산항 주변 부두간 환적을 담당하거나 부산 인근 근거리 수송을 맡는 차량들의 노후도는 훨씬 심각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지입제 차량이 많아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이렇게 부산항 출입 로드 트랙터 중 출입 제한 대상 차량 실태 파악이 안 돼 대책 수립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사업 추진이 너무 더디다는 점이다.

2002~2007년 생산된 일부 차종에 장비 가격 90%(대당 1460만 원)를 지원해 NOx·PM 동시저감장치를 부착하는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작해 올해 부산에서 겨우 100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예산 증액 없이 이 추세대로라면 1700여 대에 모두 설치하는 데 17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부산시가 전체 노후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에 사용하려는 올해 예산도 71억 5600만 원, 대상 차량은 2588대에 그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한 차량 대수가 9397대로 5등급 이하 경유 차량 13만 8000대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수부·BPA, 과감한 정책 펴야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 전체에 704대뿐인 야드 트랙터를 LNG 트랙터로 바꾸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올해까지 343대를 바꿀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대당 1025만 원 수준이던 지원금도 올해부터 2400만 원으로 늘렸다.

부산항 육상 전원 공급장치에도 120억 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런 항내 조치와 더불어 항만을 출입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해수부와 BPA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상 물류가 차질을 빚을 경우 결국 항만 운영도 연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특별법 시행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항만 구역내에만 한정한 미세먼지 저감 조치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규제 대상 로드 트랙터 정보 파악부터 해야 연차별 전환 계획과 예산도 확보할 수 있을텐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시간만 보내면 부산항 물류 대란으로 국제 신인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미세먼지 관련 추경 예산을 1조~2조 원 규모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 경계에 놓인 로드 트랙터 문제에 얼마나 예산이 배정될지 관심을 모은다.

해수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최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항만 출입 차량 미세먼지 저감조치였다”며 “해수부가 직접 할 수 없는 사업이지만 다른 정부 부처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신속히 배정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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