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테리어’ 성공하려면] 식물 하나만 잘 들여놔도 집안 밝아지고 마음도 환해져요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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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젊어지고 있다.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을 적용해 식물로 집안이나 사무실을 꾸미기도 하고, 반려식물이라고 부르며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젊은 층이 많아진 것이다. 부산일보DB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젊어지고 있다.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을 적용해 식물로 집안이나 사무실을 꾸미기도 하고, 반려식물이라고 부르며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젊은 층이 많아진 것이다. 부산일보DB

냉혹하고 고독한 킬러에게도 마음을 붙일 곳이 있어야 했다. 검은색 롱코트를 즐겨 입던 그는 그래서 식물을 키웠다. 때가 되면 화분을 창밖으로 꺼내 햇빛을 쬐어주고, 정기적으로 잎도 닦고 물도 줬다. 1994년 영화 ‘레옹’에서 레옹은 훌륭한 실내 원예가로 묘사되는데, 꽤 설득력 있는 설정이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녹색 잎을 어루만지는 장면을 보면, 식물이 냉정한 생존게임에 지친 킬러의 심신도 위로할 수 있다는 게 느껴진다.

참고로 레옹이 화분째 들고 다니다 마지막에 가서 마틸다에게 넘겨준 그 식물은, ‘아글라오네마 스노우사파이어’다. 대표적인 공기 정화 및 실내 조경 식물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잘 어울리고 추위에 약하다. 레옹의 집이 뉴욕의 할렘가 쪽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후적으로나 실내 기능적인 면에서 적절한 식물을 선택했다.

사무실이나 집 꾸미는 소품 활용

애정 담아 키우는 ‘반려식물’ 되기도

정서적 안정감과 우울증 해소 도움

초보자는 키우기 쉬운 식물부터 도전

생활 패턴에 어울리는 식물 고를 것

일조량·습도·물 주는 주기도 챙겨야

장소에 어울리는 여러 식물 배치 가능

내 마음에 푸르름을

이상 시인은 수필에서 “초록은 권태”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야 초록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다. 이제 다 옛말이 되었다. 요즘엔 젊은 사람도 초록을 무척 좋아한다.

어느새 ‘원예’라는 단어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대신 식물을 키우는 것과 관련해, ‘플랜테리어’나 ‘반려식물’이라는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로 사무실이나 집을 인테리어한다는 의미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널리 쓰이는 개념이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을 대하듯, 애정을 담아 키우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레옹의 스노우사파이어가 대표적인 예다.

식물 키우는 연령대가 젊어지는 건 분명한 현상인데, 이유가 다소 애잔하다.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불경기까지 겹쳤다. 삶이 빡빡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이제 젊은 사람도 식물을 찾게 되는 것이다. 반려식물을 키우면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우울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입증된 일이다. 식물연구소 박명환 대표는 “정서적 교감이 식물을 키우는 첫 번째 이유”라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같은 효과가 있으면서도 들이는 노력은 훨씬 덜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식물의 기능성도 나날이 각광받고 있다. 전파를 잡아먹는 식물이 유행하기도 했고, 요즘엔 미세먼지 덕에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이 인기다. 산세비에리아 스투키, 행운목, 아레카 야자 등이 공기정화 기능식물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식물의 공기정화 능력이 공기청정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꾸준히 잎을 닦아주는 노력도 있어야 정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내에 산세비에리아 같은 식물들이 배치돼 있으면, 보기도 좋고 괜시리 실내 공기도 쾌적한 것 같아 아늑한 기분이 든다. 이런 게 식물로 인테레이어를 하는 플랜테리어다. 박 대표는 “예전에 원예에 묶여 있던 산업이 이제 인테리어나 홈리빙의 카테코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고, 그러면서 젊은 층의 유입도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난이도 낮은 식물부터 시작

분명 식물을 키우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자신이 없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초보 단계부터 밟아가다 보면, 식물을 키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한다. 처음엔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으면서도 난이도가 낮은 식물부터 키워야 한다. 이후 식물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양한 시도를 해 보면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식물연구소 박 대표는 “입문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나에게 맞는 식물을 찾는 것”이라며 “본인의 생활패턴을 살펴본 뒤 조건별로 적합한 식물을 추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식물을 선택할 때 음지식물이냐, 양지식물이냐를 따져야 한다. 빛이 안들어오는 사무실이나 지하실에서 고목나무 같은 양지식물을 키우는 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식물을 키우기 전에 먼저 키울 장소의 일조량이나 습도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한다. 물을 주는 주기도 중요하다. 입문자이거나 부지런하지 못한 이라면 선인장이나 10~15일 정도에 한 번 물을 주는 다육 식물 등으로 시작해야 한다. 입문자는 식물 판매자나 전문가와 상담 뒤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식물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엔 원예 입문 유튜브 강의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입문자에겐 주로 산세비에리아 스투키, 아레카 야자, 로즈마리 같이 손이 덜 가는 식물이 추천된다.


여러 종류 식물 함께 키워도 좋아

식물을 키워보며 정을 붙여보는 게 입문자의 코스라면, 중급자 이상은 인테리어나 기능성 등을 고려해 식물을 키운다. 중급자 용으로 추천되는 식물은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난 극락조, 테이블 야자, 율마 같은 식물이다. 실력이 쌓이면 지역 화훼단지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품종 중 튼실한 식물을 직접 고르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집안 전체에서 푸르름을 느낄 수 있도록, 기능성을 고려해 여러 식물을 배치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거실은 공기정화 기능을 고려해 아레카 야자·틸란드시아·고목나무 등을 배치한다. 주방엔 냄새 제거나 향을 고려해 스킨답서스·스파티필룸·싱고늄을, 욕실엔 암모니아를 제거해주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관음죽을 키우는 식이다. 물론 키우는 식물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손도 많이 간다.

박 대표는 “식물에 대한 정보는 SNS나 인터넷 등에 흩어져 있고, 관련 책자도 풍부하지 않다. 가능하면 상담기관에 문의하는 등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키우면 식물은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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