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색 스토리가 되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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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호의 ‘S2019D801’. 웨이브갤러리 제공 국대호의 ‘S2019D801’. 웨이브갤러리 제공

미술 재료의 물성 살리기가 회화의 평면성을 탐구하는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못 크다. 특히 추상 작품에 있어 마티에르(질감)는 화폭의 깊이를 표현하는 중요한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웨이브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국대호·이기숙 2인전’은 이처럼 캔버스의 풍부한 질감으로 관객의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캔버스 풍부한 질감 표현 2인전

국대호, 스트라이프 색채 향연

이기숙, 한지·토분으로 입체감

국대호 작가는 여러 도구를 사용하거나 물감 튜브를 직접 짜는 방식을 통해 유채 물감의 질감을 서로 다르게 만든다. 물감 덩어리가 액자에서 삐져나와 공간에 머무는 모양은 작가만의 고유 기법이다. 이러한 시도는 질량감을 극도로 높이려는 행위인 동시에 사각형 도폭(圖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국 작가의 전시작은 수많은 스트라이프(stripe) 패턴으로 색의 향연을 펼친다. 색과 색이 서로 스며들고, 색 위에 색이 놓이고, 색과 색의 융합으로 새로운 색이 나오면서 색깔 숫자조차 헤아리기 힘겹다. 사람이 분별할 수 있는 색의 수가 약 800만 종류나 된다고 한다. 국 작가에겐 색깔 하나하나가 기억의 편린이며, 캔버스의 색을 매개체로 그렇게 기억 속 여행을 떠난다.

이기숙의 ‘거기 있는 생명-봄’. 이기숙의 ‘거기 있는 생명-봄’.

이기숙 작가는 동양화 재료로 현대 아트를 연출하는 화가.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을 간결하고 현대적인 구성으로 표현한다. 암각화에 각인된 선, 분청사기의 질박함이란 우리 고유의 느낌을 평면 위에 나타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다섯 겹의 한지는 섬유질 특성으로 인해 찢기면서 우연의 미를 드러낸다. 그 위에 얹은 토분(土粉)이 마르면 먹을 바른 후 채색하는 순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평면 위로 면과 선들이 돋을·오목 새김으로 입체성을 드러낸다.

이 작가는 너무나 닮은 인간과 자연으로 눈길을 준다. 흔들림으로 인연이 맺어지고 꽃이 피어나는 생명에 대한 놀라움이 질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국대호·이기숙 2인전=21일까지 웨이브갤러리 010-2694-3730.

이준영 선임기자 gapi@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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