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선] 베니스비엔날레와 지역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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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

이번 주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는 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한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시대 미술의 실험성과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다루는 비엔날레 전시는 오늘날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베니스비엔날레는 매우 영향력 있는 전시다.

주말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보며

내년 20주년 부산비엔날레 방향 고민

청년성·해양성 아우르는 혼성성 주목

부산 특성 살려 새로운 흐름 만들어야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아르세날레 전시관의 본 전시만이 아니라 국가별 전시가 열린다는 것이다. 자르디니라고 불리는 카스텔로 공원 내에 독립된 26개 전시관에서 나라별로 전시를 구성한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과 한국이 국가관을 확보하고 있는데 한국관은 백남준 작가의 도움으로 1995년 개관했다. 더는 국가관이 들어오기 힘들어 이 지역에서 마지막 국가관일 수도 있다. 독립된 파빌리온이 없는 나라는 다른 공간을 활용하는데 모두 합해 약 90여 개국이 참여한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유다.

한국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아 전시 감독을 선정하고 전시를 진행한다. 올해는 김현진 예술감독이 ‘역사가 우릴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제목으로 3명의 작가가 참여해 근대화 과정에서의 젠더 문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윤형근’전을 포르투니 시립미술관에서, 한국미술 팝업전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전을 아르세날레 입구 해군 장교클럽 ‘베니스 미팅포인트’에서 소개한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 연극, 건축, 무용 등을 포함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도 처음엔 베니스비엔날레 일환으로 시작됐다.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라는 환경적 독특함과 역사적 유산을 품은 도시다. 여기에 더해 동시대의 예술과 결합해 지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과거의 도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사 기간 중에는 숙소 잡기도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찾다보니 세금 부과만이 아니라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러니 역사와 예술적 자산이 풍부한 유럽 도시가 부러울 만도 하다.

하지만 문화는 비교해서 우위를 가릴 대상이 아닐뿐더러 부러워만 할 것도 아니다. 우리 자산의 강점과 우리다운 것을 잘 찾아서 다른 곳에는 없는, 새로운 모습으로 가꾸어 나가면 된다. 대도시인 부산은 여러 모습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바다가 있고, 강이 있고, 산도 있다. 전통문화도 있다. 임시수도의 흔적도 있다. 근대도시의 형성과 개발 과정도 남아 있다. 여전히 골목길과 산복도로에서는 삶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층 빌딩과 첨단 도시를 향한 모습이 있다. 이것이 부산이다.

전통적인 유럽의 도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보다 종합적이고 혼성적이며 보다 입체적이다. 시공간을 넘나든다. 영도나 원도심이 이런 부산의 특징과 근대도시의 형성 과정이 함축적으로 잘 드러나는 지역 중 하나다. 얼마 전 영도문화도시추진을 위한 모임에서도 영도가 지닌 가능성과 매력에 대해 모두가 공감했다. 오래된 수리조선소, 바다와 자연, 피란 시절의 기억을 포함해 근대화 과정의 부산 특성을 간직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깡깡이예술마을에서의 통통배 출항 소식도 들리고, 부산의 어묵, 새로운 카페, 공연 등 영도에서 꿈틀대는 움직임들이 흥미롭다.

베니스와는 차이가 크지만 부산에서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 행사부터다. 이후 바다미술제와 조각심포지움을 결합해 부산비엔날레로 통합한 지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청년성과 해양성을 포함한 혼성적 성격이 부산비엔날레의 방향이 될 수 있다. 다대포에서 열리는 바다미술제는 타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가지는 행사이며 부산의 환경을 반영한 행사다. 여기에서 나아가 만약 비엔날레가 영도와 같이 지역적 특성이 강한 공간과 결합이 가능하다면 부산만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예술이 함께하는 흥미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겠다. 우리가 가진 문화적 자산과 도시의 특성들을 결합하고 연결해 흥미롭고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을까.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는 우리만의 독특함으로.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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