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수도권만을 위한 정부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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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사회부 차장

누가 봐도 잘못됐다고 한다. 다른 시각에서 살펴도 맞지 않다고 한다. 관점과 의도를 달리해서 따져도 그릇됐다는 결론으로 수렴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옳은 것인가 그릇된 것인가.

국토교통부가 지역 민심을 짓밟고 밀어붙이겠다는 김해공항 확장안(이른바 ‘김해신공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산과 울산·경남은 지금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려는 정부 계획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7년 전 봄 중국 민항기가 충돌한 돗대산을 그대로 둔 채 공항시설을 더 키워도 안전하다는데,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129명의 선량한 목숨이 희생된 눈물의 사고 현장을 모른 체 하라는데, 누가 가만 있을까. 정부가 강요하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동남권의 외침은 제발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몸부림이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벌써부터 김해공항 확장안을 부적절하다고 판정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국토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은 ‘제2의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단정한 것이다. 부·울·경이 잘못됐다고 판정내리기 이전인 2016년의 일이다. 대구·경북은 미국, 독일 등 해외 유명 대학 연구진이 참여한 검토용역에서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 국제적 기준으로 엄밀히 따지면 제2의 관문공항으로는 엉터리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사실 대구·경북의 의도는 부·울·경과 달랐다.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안전성과 기능이 ‘수준 미달’이니 대구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이유가 어찌 됐건 김해공항 확장안은 모두로부터 퇴짜 맞은 신세다. 부·울·경과 대구·경북의 김해공항 확장안 검증 보고서는 판박이 수준이다.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도 제대로 된 관문공항으로는 미흡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누가 따져봐도 잘못된 것은 본질이 그릇되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생각이 영 다른 모양이다. 지역민이 아무리 틀렸다고 소리 질러도 도무지 듣지 않는다. 되레 올바르게 바라보고 외치는 지역민의 눈과 입을 틀어막으려고 안달이다. 국토부는 이 땅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은 인천공항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오로지 수도권만을 위한 정부다. 지역과 지역민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가덕도신공항 이야기만 나오면 수도권 언론 등은 적자공항 타령으로 ‘수도권 정부’에 장단을 맞춘다. 적자 나는 지방에 무슨 또 신공항이냐고 빈정거린다. 수도권 시각에선 지방에 있으면 다 적자공항으로 보이는 걸까. 김해공항을 무슨 시골 버스터미널 수준으로 바라보는 모양이다. 아쉽겠지만 이미 김해공항은 국내 3대 흑자 공항이다. 여객 처리 수 대비 이익률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늘 이용객으로 미어터지는 김해공항 터미널 풍경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김해공항의 높은 ‘상품성’을 간파한 세계 유수 자본들이 가덕도신공항을 자기네들이 지어보겠다고 한 사례도 있다.

진실은 호도하거나 외면한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동남권 공항은 기필코 새롭게 도약해야 할 환경에 맞딱뜨려 있다. ‘수도권 정부’의 외면에 가로막힌 공항 문제를 바라보는 부·울·경 지역민의 마음은 이미 터질 듯 부글부글한다. 끓어오르면 폭발한다. 폭발하면 뒤집어지는 게 세상 이치다. 정부의 다음 대응이 주목된다. hooree@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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