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약 지반 명지국제신도시 대책 없이 놔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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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국제신도시에 들어선 건물은 물론이고 짓고 있는 건물 대부분이 제대로 된 지반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명지국제신도시 건축물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738개 건물 중 지하안전영향평가를 거친 건물은 딱 1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연약 지반인데다 지반 침하 현상까지 실제로 잇따르고 있어 정작 지하안전영향평가가 가장 절실한 곳인데도 지하수 변화나 지반 침하 가능성을 점검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건물이 들어서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관할 기관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2018년 1월부터 지하 10m 이상 굴착하는 신축 건물 공사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거치게 돼 있지만, 명지국제신도시 건물은 법 시행 이전에 착공되거나 지하 10m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공사가 진행됐다. 지하 5층의 대규모 굴착 공사도 지반 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경자청과 부산시, 강서구청 등 관할 기관은 법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상시 점검 체계도 갖추지 않고 사실상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반이 연약하지 않은 서울이나 울산에서도 지하안전위원회 등을 꾸려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명지국제신도시가 모래층과 뻘로 구성된 연약지반 위에 조성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그만큼 더 세심하게 연약 지반과 지하수 특성을 고려해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하지만 시공사가 무리한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면서 침하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반 침하 현상이 벌어질 때마다 땜질 처방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지반 침하가 일상이 되면서 건물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보내는 주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면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보낼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명지국제신도시는 조성 과정에서 지반 침하에 대한 점검이 없었다고 하니, 더 큰 낭패를 보기 전에 지반 침하 전반에 걸친 검사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공사 현장에 대해서는 최소한 특별 점검과 불시 점검을 비롯한 점검 체계를 강화하면서 명지국제신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허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당장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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