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시공 초월’ 의미를 찾아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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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재 작가의 ‘Dreamland’. 서동예술창작공간 제공 조영재 작가의 ‘Dreamland’. 서동예술창작공간 제공

무생물인 바위가 별세계와 자연을 배경으로 여러 동물과 각기 짝을 이루고 있는 그림들이 있다. 만물의 원천인 우주에 떠 있는 바위 위에, 서거나 앉아있는 생명체가 ‘뒹구는 돌, 언제 잠 깨는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듯하다.

조영재 작가 ‘시공의 확장’전

여러 소재들 다양한 시공간 배치 ‘실험’

아크릴 물감 덧칠 독특한 색감 특징

서동예술창작공간(부산시 금정구 서동)에서 ‘시공의 확장’이란 타이틀로 전시 중인 조영재 작가의 작품을 대하면 이런 느낌이 절로 생긴다.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신작을 포함해 모두 36점이 선보인다.

‘시공의 확장’이란 주제는 구상(具象)적으로 표현한 각 소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전시작 중 ‘공작 1’의 보라색 배경은 작품 속 시간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공작이 앉아있는 장소도 동물원과 가정집 앞마당을 모두 연상케 한다. 이처럼 친밀한 소재를 다양한 시·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게 조 작가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위이다. 그림은 달과 별, 나무와 풀에 어울린 바위가 사슴과 참새, 파랑새 같은 동물을 지탱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때 바위는 무생물이 아니다. 무한한 우주 안에서 동·식물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바위도 언제가 눈을 뜨고, 눈을 뜬 동물도 언제가 바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슴과 고래’는 이런 감상에 어떤 실마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다른 그림처럼 바위인 줄 알았던 커다란 돌 모양에 ‘고래’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작가가 바위 속에 숨어있는 생명성을 본 게 아닐까. 화가에게 꼬리표를 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이해의 편리함이 그 위험을 무릅쓸 때가 있다. 웅크려 있는 바위를 깨우려는 생명의 노크를 느낄 수 있다면 그를 ‘바위의 작가’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조 작가는 색깔을 달리해 아크릴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한다. 빨리 마르는 아크릴 물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작업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작품을 바라보는 각도나 빛의 시기와 방향에 따라 밑바탕이 드러나면서 그림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 작가는 내달 13~26일 이탈리아 제노바 산타마르게리따 리구레에 있는 첼라아트 갤러리에 초대 개인전을 가진 후 체레지오에서 열리는 ‘20인 동시대 미술가’ 아트 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미술 전문가와 주민들의 심사를 통해 참가자가 결정되는 아트 페스티벌은 경연 형식으로 치러지며, 행사 마지막 날 한 명에게 최우수상이 수여된다. ▶조영재 개인전=22일까지 서동예술창작공간. 051-525-6262.

이준영 선임기자 gapi@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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