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부산 홍등가] 해운대 609·감전동 뽀뿌라마치 ‘역사 속으로’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2016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성매매집결지 '해운대 609' 모습. 부산일보 DB 지난 2016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성매매집결지 '해운대 609' 모습. 부산일보 DB

부산 곳곳에 자리 잡은 성매매집결지가 도시 재생 사업과 개발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수십 년간 대표 홍등가로 명맥

2004년 성매매방지법 등으로 축소

‘완월동’이라 불리는 현 부산 서구 충무동 일대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수십 년간 그 명맥을 이어 왔다. 완월동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아미산하’라는 유곽(성매매 영업을 하는 업소나 집결지)이 부산 부평정(현 부평동)에 설치됐고 1902년에 현 충무동 인근으로 옮겨오면서 부산의 대표적 홍등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는 충무동 여성 인구 중 2000명(당시 기준 30%가량)이 완월동 성매매 업소에서 일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수십 년간 번성하던 완월동은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시행으로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월동은 현재도 운영 중이며 총 42곳의 업소에 250여 명의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추후 이곳이 도시 재생 지역으로 지정돼 임대 주택 등 사업이 확정되면 완월동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완월동과 같이 수십 년간 성매매집결지로 자리 잡아 온 부산 해운대구의 일명 ‘609’도 이름만 남게 될 전망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609는 인근에 미군 부대가 주둔하기 시작한 1950~1960년대에 형성됐다. 한국전쟁 이후 현 해운대 팔레드시즈 인근 터에 1971년까지 주둔한 미군 609부대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올 초까지 운영되던 609 부지에 개발 계획이 잡히면서 수십 년간 일대를 밝혀 온 붉은 등이 꺼졌다. 한 부동산 개발 사업자가 이 부지에 생활형숙박시설을 짓겠다며 구청의 건축 허가를 받아낸 것이다. 이곳은 ‘609’가 아닌 추후 부산의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성매매집결지 부산 사상구 감전동의 ‘뽀뿌라마치’는 주택가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당시 유흥가에 포플러 나무가 많아 일본인들이 ‘뽀뿌라마치’라 불러 이름 붙은 이곳은 2년 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한 환경 개선으로 현재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변정희 대표는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도시 재생을 통한 새로운 마을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시 재생 사업으로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역사 자체를 모두 지우고 새로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기억공간 건물’ 등을 통해 당시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