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기획자다] 13. 모퉁이극장 변혜경 운영팀장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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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영화처럼 좋아지는 극장, 함께 만들어요”

변혜경 운영팀장이 관객의 극장인 모퉁이극장에서 환하게 웃었다. 사진=김경현 기자 view@·모퉁이극장 제공 변혜경 운영팀장이 관객의 극장인 모퉁이극장에서 환하게 웃었다. 사진=김경현 기자 view@·모퉁이극장 제공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시민영화관. 부산의 원도심 중구 중앙동 40계단 옆에 자리 잡은 ‘모퉁이극장’을 설명하는 말이지 싶다. 2011년 뜻을 모아 2012년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고 시민과 만나온 ‘시민의 극장’이다. 최근에는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까지 활동 영역이 커지고 있다.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 김동길 부대표를 비롯한 스태프와 함께 모퉁이극장의 관객 중심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변혜경(43) 운영팀장을 만났다.

낮엔 해사고 국어교사로

저녁과 주말엔 운영 도맡는

모퉁이극장 프로그램 기획자

2012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관객 중심·문화 재생 사업 주력

시민문화학교·애프터시네마 등

특색 있는 시민 주도 아이템 선봬

낮에는 국어교사, 밤에는 운영팀장

변 팀장은 부산 영도에 있는 해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역 국어교사다. 저녁 시간대와 주말에는 모퉁이 극장의 프로그램 운영을 책임진다. 그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서도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모퉁이극장과 인연을 맺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시작은 ‘장미와 주판’이라는 사상사 세미나의 부산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 팀장은 “함께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공동체적 생활 문화, 대안적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면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김현수 대표와 함께 좋은 영화를 보고 공부하는 세미나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다른 예술과 달리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반응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도 끌렸다. “꼭 전문 영화인이 아니더라도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사실 영화를 너무 좋아해도 직장을 다니면서 그 마음을 잃어버리는 게 안타까운 마음도 컸고요”.

마침 2011년 부산의 대표 공공 영화관 영화의전당이 개관하면서 모퉁이 극장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창립 멤버들이 사비를 털어 지금의 모퉁이극장이 탄생했다. 첫 방문자는 극장의 입구를 찾아 헤매기 일쑤지만, 벌써 10년 가까이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다보니 어느새 관객이 만들어가는 동네극장이 됐다.

“장소를 찾는데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이 공간을 봤을 때 ‘여기다!’라고 생각했다더라고요. 중구라는 장소 자체가 한국 최초의 영화 제작사가 있던 곳이기도 하고, 행좌라는 부산 최초의 극장이 있었던 곳이니까요. 또 BIFF(부산국제영화제)의 발상지이기도 하고요.” 변 팀장의 말처럼 장소의 힘과 동시에 예술인이 모이는 원도심 창작공간인 ‘또따또가’가 있어서, 극장 내부를 꾸미는 데도 부산 예술인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자연스레 ‘함께 만들어가는 극장’이 된 거다.

관객문화교실과 관객영화제

‘40계단 시민극장’ 야외행사 장면. ‘40계단 시민극장’ 야외행사 장면.

극장 설립 초기에는 독립영화 상영회를 몇 번 거친 뒤 2012년 연말에 ‘관객들의 밤’이라는 네트워크 파티를 열었다.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홍보를 했는데도, 100명 넘는 사람들이 와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즉 관객의 힘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런 점이 원동력이 되어 모퉁이극장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관객 문화교실’이 탄생했다. 상·하반기를 나눠 10주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주체가 되어 ‘나만의 영화 TOP10 목록’ 소개하기 같은 커리큘럼을 통해 관객 활동가를 양성한다. 20~30대가 대부분일 것 같지만 중년층도 많이 참여한다. 재밌는 점은 교육이 끝나도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끼리 동호회를 만들거나,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애프터 시네마클럽’으로 이어진다는 거다. 한 마디로 영화를 통해 전혀 관계가 없었던 사람들이 자발적 커뮤니티를 만들고 연대하게 됐다.

매년 연말 개최하는 ‘관객영화제’도 같은 맥락이다. 시민이 프로그래머가 되어 ‘인생 영화’를 상영하고 삶을 공유한다. 변 팀장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관객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사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한다”면서 “모퉁이극장에 오는 관객이 일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영화제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퉁이극장의 실험과 활동이 BIFF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한 ‘커뮤니티 비프’에도 영향을 줬다. 올해 모퉁이극장도 ‘커뮤니티 비프’의 ‘리퀘스트 시네마’를 맡아 관객이 보고싶은 영화를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돕는다.

‘40계단 시민극장’ 야외행사 장면. ‘40계단 시민극장’ 야외행사 장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40계단 시민극장’을 연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동호회를 초청해 그 주제에 맞는 영화를 상영하고 강의나 공연을 한다. 이를테면 채식 동호회가 주인공일 때는 채식 미니 공연을 했고, 아마추어 뮤지컬 동호회의 경우 영화 상영 전 뮤지컬 공연을 하기도 했다.

“시민의 일상이, 우리들의 일상이 조금씩 좋아지도록 만들어가는 게 문화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활동가가 스스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같이 연대하는 게 모퉁이극장의 매력이죠. 지금처럼 모퉁이극장이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극장으로 유지되도록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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