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박극제 대표 “부산공동어시장 관성적 부조리 끊어야죠”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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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집무실 한 켠에는 생소하게 생긴 플라스틱 상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웬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극제 대표는 “지난달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실증조사를 위해 일본 나가사키 어시장을 방문했을 때 챙겨온 어상자”라며 “수산물의 위생과 선도 관리를 생명으로 여기는 일본답게 어상자 하나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더라”고 설명했다. 출장에서 돌아온 박 대표는 속칭 ‘바닥 경매’라 불리는 공동어시장의 고질적인 비위생적 위판 환경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비위생적 ‘바닥 경매’ 개선 착수

위판장 내 금연·CCTV 설치도

“필요시 경매 시간도 앞당길 것”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내 최대 수산물 위판장이라는 공동어시장의 명색이 낯부끄럽게도 한참 경매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버젓이 담배를 피워대는 직원들이 적지 않을 만큼 위생 관리가 엉망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위판장 내 금연 조치를 내리고, 현대화사업을 핑계로 수 년째 방치해왔던 낡은 화장실도 개·보수했습니다.” 사고 예방과 어획물 도난 방지를 위해 CCTV 15대도 새로 달고, 운송 차량이 내뿜는 매연으로부터 수산물 품질을 지키기 위해 위판장 내 차량 운행을 통제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세 차례 선거 파행 등 갖은 곡절 끝에 박극제 신임 대표가 난파선처럼 표류하던 공동어시장의 키를 잡은 지 100일째를 맞았다. 박 대표 선임을 놓고 ‘3선 구청장 출신이라는 무게감에 맞지 않는다, 수산 분야 비전문가가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내외부 비판도 적지 않았다. 세간의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박 대표 역시 어시장 종사자들로부터의 신뢰 구축과 소통 강화에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56년간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부조리한 관행과의 절연을 어시장 정상화 최우선 과제로 놓았다. 전임 사장 재임 시절 인사 비리 연루 직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과 함께 조직 슬림화, 경영 합리화 조치에 돌입했다. 그는 “감천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과 다대, 자갈치 위판장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수산물 위판도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직원들은 여전히 과거 ‘독점 시절’의 무사안일에 젖어 있다”며 “위판고 감소로 어시장 적자가 매년 누적되는 상황에서 방만 경영 관행을 쇄신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형선망업계 휴어기 확대로 촉발된 소속 중도매인들의 주말 경매 참여 거부 사태도 중도매인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와 경매 거부시 법적 대응 강구라는 ‘강온 양면’ 전략으로 정면 돌파했다. 출자 5개 수협과 선사 중도매인 항운노조 등 참여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시장의 각종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중심을 잡고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대표는 어시장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객’인 선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서비스 마인드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일환으로 현재 오전 6시로 돼 있는 경매 개시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창원 위판장은 오전 5시 30분 경매가 시작되는데, 여기서 결정된 어가를 토대로 공동어시장 경매가 진행되다 보니 선사들이 어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상당하더라”며 “TF를 꾸려 타당성을 검토해 본 뒤 어획물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경매 시간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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