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황교안, 내부 불만 잠재우고 문재인 대통령 압박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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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식 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식 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머리를 깎았다. 제1야당 대표가 대정부 투쟁을 위해 삭발을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황 대표가 삭발이라는 극단적 투쟁방식을 선택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 제1야당 대표로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초강수’로 해석된다.

조 장관 임명 강행 비판 강경 투쟁

자리 못 잡던 정치인서 ‘투사’ 변신

여 “분열 야기 대신 민생 챙겨야” 비판

여야, 정기국회 일정 조정 합의 실패

황 대표는 이날 삭발식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조국과 같이 반칙하고 불공정하고 심지어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돼 버렸다”면서 “이대로 나라가 무너지고, 헌정이 유린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쟁에서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 지금은 싸우는 길이 이기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차분하고 논리적인 스타일 때문에 그동안 정치인으로의 자리매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황 대표가 삭발이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들면서 ‘투사’로 변신해 문재인 정부의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당내 일각과 보수진영에서 ‘당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되는 등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내부 불만을 무마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 조국 사태로 삭발을 한 것은 박인숙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당 소속은 아니지만,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지난 10일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을 했다. 황 대표의 핵심 측근은 “추석연휴를 지나면서 언론 보도나 검찰 수사가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삭발은)조국 사태에 새로운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삭발을 하기 전 자신을 찾아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문 대통령은 강 수석을 통해 삭발에 대해 염려하는 입장과 함께 삭발을 재고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고, 황 대표는 “조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지금은 장외투쟁과 삭발로 분열과 혼란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할 시점”이라면서 황 대표의 삭발을 비판했다.

한편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정기국회 일정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17일 예정됐던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피의자로 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하는 것이 맞느냐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 이번 주 정기국회 일정은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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