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분노’ 행렬… 부마민주항쟁 광복동 사진 최초 공개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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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본보 사진 기자였던 정광삼(81) 씨가 찍은 부산 광복동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이 최초로 공개됐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본보 사진 기자였던 정광삼(81) 씨가 찍은 부산 광복동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이 최초로 공개됐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부산 중구 광복동의 모습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당시 〈부산일보〉 사진기자였던 정광삼(81)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산시지회 자문위원이 촬영한 사진 9점 중 2점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한 컷에 담기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진 시위대의 모습과 시위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정광삼 전 부산일보 사진기자 촬영

당시 광복동 시위 현장 사진 2점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서 공개

시위대 규모와 시민 표정 ‘또렷’

진실 규명에 귀중한 사료 평가

사업회 ‘정광삼 기자 컬렉션’ 추진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에서 시작된 부마민주항쟁 시위는 부산 중심가였던 중구 광복·남포동으로 옮겨 가면서 더욱 격화됐다. 정 전 기자는 언론사를 통제·감시하던 기관원과 경찰의 눈을 피해 광복동 현장으로 향했고, 카메라를 숨기고는 시위대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군부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결국 보도되지 못했다. 사진을 개인적으로 소장해온 정 전 기자는 올 7월 29일 기념사업회에 이 사진을 비롯한 9점의 사진을 기증했다. 그는 “당시 촬영하지 않는 것처럼 점퍼 속에 카메라를 숨기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며 “다행히 카메라와 필름을 빼앗기지 않아 소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사료로서도 매우 높게 평가받는다. 이 사진을 통해 당시 시위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위행렬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 부마민주항쟁 시위대 사진은 동래경찰서 인근 대학생 시위대 행렬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 전부였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당시 부산시청과 경찰청이 있었던 부산 중구 광복동과 남포동 인근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엄혹한 언론 통제로 인해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부마민주항쟁 관련 사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료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국가기록원 역사기록원의 지원을 받아 사료적 가치가 높은 2점을 원본에 가깝게 복원했다.

기념사업회는 정 전 기자로부터 추가로 사진을 기증받아 ‘정광삼 기자 컬렉션’을 만들 계획이다. 김종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겸 민주공원 관장은 “정광삼 선생님께서 소중하게 보관해 오시던 사료를 기증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향후 민주주의 교육과 민주화운동의 연구, 기념·계승 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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