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스크린산책] 디어 마이 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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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10대 소녀 그 곁을 지키는 소년

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T&L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T&L 엔터테인먼트 제공

죽음에 대한 고찰은 어릴 때부터 필요할지 모른다.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러나 죽음이 주는 공포는 다르다. 10대에게는 누구도 들려주지 못한 그 미지의 어둠을 밀쳐둘 권리가 있다. 죽음은 아직 나에게 멀리 있는 일이라고 믿는 만용이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넉넉히 허락되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몸이 노쇠해 가는 동안 그 공포를 느낄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러나 어떤 아이들에게는 그만한 축복도 허락되지 않는다. ‘디어 마이 프렌드(Then Came You)’(감독 피터 허칭즈)는 바로 그런 아이와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는 ‘캘빈’(에이사 버터필드)은 암 환자 서포트 그룹에서 ‘스카이’(메이지 윌리암스)를 만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아이답지 않게 밝고 활동적인 스카이는 자신의 병과 죽음을 소재 삼아 불편한 농담을 하고, 성가신 장난을 치며 캘빈을 괴롭힌다. 처음에 캘빈은 그런 스카이를 피하지만, 때론 엉뚱하고 때론 위험천만한 스카이의 ‘투 다이 리스트(To Die List)’를 함께 하며 점차 삶에 활력을 찾는다. 두 사람이 지워나가는 ‘투 다이 리스트’는 병원에서 만난 노인들이 평생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함께하는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감독 로브 라이너)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이들의 리스트는 사뭇 다르다. 스카이는 모험을 떠나는 대신 물건을 훔치거나 구치소에 갇히는 일처럼 남들이 기피하는 일들을 해나간다. 대개 연민의 시선을 거부했던 암 환자 캐릭터들과 달리 ‘디어 마이 프렌드’의 스카이는 자신을 향한 호의를 당당하게 이용한다. 죽음을 빨리 맞이하게 된 억울함을 풀어내는 그녀 나름의 방식이 잔망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애처롭게 느껴진다.

영화는 스카이와 가족들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해 캘빈이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죽음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피해 의식 때문에 삶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있던 캘빈은 스카이를 통해 현재를 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며 무르익어가는 두 사람의 우정이 쌀쌀한 가을 아침의 스웨터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캐릭터를 비롯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가볍기는 하지만,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죽음을 꺼내든 간절함과 진심만큼은 잘 전달되는 작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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