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덮친 공장 7곳 “직원들 임금도 못 줘…생계 막막”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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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평동 산사태 현장 3일 오전 산사태로 매몰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현장. 이재찬 기자 chan@ 구평동 산사태 현장 3일 오전 산사태로 매몰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현장. 이재찬 기자 chan@

“당장 직원들 임금도 못 주게 돼 하루하루가 막막합니다.”


밀려든 토사에 공장 7곳 ‘초토화’

기계 가동 못 해 조업 중단 등 차질

수억 대 기계 모두 잃은 업체도

납품일 못 맞춰 거래처 잃을 처지

부산시 등 당국 지원 ‘감감무소식’

업체, 생계 직결 조속한 대책 촉구


지난 3일 오전 9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석탄재 섞인 토사가 일가족 포함 4명을 덮치고 인근 공장까지 집어삼켰다. 산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공장만 약 7곳. 이 공장들은 대부분 부분 조업 중이거나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대기업에 포장재를 납품하는 합성필름 제조업체 A사는 이번 산사태로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기계 15대를 한순간에 잃었다. 이 사고로 업체는 직원 20여 명의 다음 달 임금 지급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산시와 구청이 아직까지 지원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자 이들은 변호사를 만나 조언을 구하며 회생을 위한 진땀을 빼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기계의 전자 기판이 손상돼 한 대를 새것으로 바꾸는 데만 2억 6000만 원이 들어간다”며 “산사태로 조업이 무기한 ‘강제 중단’됐고, 피해액만 6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부산시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피해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구평동 산사태’ 발생 6일이 지났지만, 유족과 인근 피해 업체에 대한 지원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시와 사하구는 최근 토사 처리 비용과 응급 복구 비용을 위한 재난 안전 특별교부세 320억 원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모두 현장 복구 비용으로 투입될 예정이라 피해 업체와 주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평동 산사태 현장 3일 오전 산사태로 매몰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현장. 이재찬 기자 chan@ 구평동 산사태 현장 3일 오전 산사태로 매몰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현장. 이재찬 기자 chan@

시는 8일 사하구청, 소상공인진흥공단 등 관계 기관과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 업체들과의 간담회를 가졌지만, 뾰족한 지원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업체 관계자들은 조업 중단 이후 하루하루가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발 빠른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요 업체 2~3곳에 물품을 제조·납품하는 기일이 정해져 있지만, 모두 중단돼 거래처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지원을 바라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산사태 피해 지점 인근의 이 업체는 산사태로 밀려온 토사가 공장을 덮치면서 지붕이 내려앉아 기계 등 구조물 절반이 파손됐다. 업체 소속 10명 내외의 직원들은 매일 공장으로 출근하지만, 기계 가동이 불가능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시와 구청 측은 피해 규모가 정확히 산정된 이후 기관별 논의를 통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인근 업체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보상을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각 기관과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고, 이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청 측은 산사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 대한 장제비 등 구호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복구 계획이 확정된 뒤에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게 되어 있지만, 피해가 크고 시급한 만큼 재난지원금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행정적 지원과 절차로는 한계가 있어 최대한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여러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하구는 산사태 피해 규모가 산정되는 대로 피해 지역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특별재난지역은 대규모 재난으로 큰 피해를 본 지방자치단체에 국비 지원으로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포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정부 주도로 피해 주민 생계안정에 필요한 다방면의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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