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주 중국 꽃할매들 “부산은 효도관광보다 자유여행”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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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에서 온 60~70대 자유여행객 6명이 지난 17일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인대학에서 만난 이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고 오는 28일까지 우리나라를 여행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으로 인플루언서 쯔시앙(오른쪽) 씨가 동행한다. 중국 쓰촨에서 온 60~70대 자유여행객 6명이 지난 17일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인대학에서 만난 이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고 오는 28일까지 우리나라를 여행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으로 인플루언서 쯔시앙(오른쪽) 씨가 동행한다.

빨간 외투를 입은 중국 ‘꽃할매’들이 부산 자유여행에 나섰다. 팬더의 고장으로 유명한 쓰촨 지역 할머니 6명이 지난 9일 19박 20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대부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식들이 보내주는 효도관광 패키지 여행을 즐기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도전이 신선하다. 한국관광공사와 부산관광공사는 이들의 여정을 SNS에 올려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가 자유여행 하기 좋은 곳임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평균 연령 65세 중국 할머니들

‘황혼’ 상징 붉은 옷 맞춰 입고

19박 20일 일정 한국 자유여행

한국관광공사 등 SNS로 홍보

“과거·미래 조화 해운대 인상적

도시철도 안내 체계 명확했으면”

■자유여행 어렵지 않아요!

자유여행은 말 그대로, 여행사의 기성품 관광이 아니라 목적지와 일정, 숙박, 교통 등을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는 여행이다. 평균 연령 65세의 중국 할머니들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지만 과감하게 자유여행에 나섰다. 여행 일정은 인터넷 검색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가이드북〉 등을 참고해 직접 작성했다. 체류 기간 중 필요한 숙박 시설 또한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로 선택했다. 한국관광공사 청뚜지사는 할머니들의 용감한 도전을 응원하고 한국 자유여행을 홍보하기 위해 중국인 인플루언서 1명을 여정에 동행시켰다. 이들의 여행기를 SNS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웨이보 팔로워가 68만 명이라는 인플루언서 쯔시앙(32) 씨는 “부산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현재 서울에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라며 “할머니들과 함께 여행하며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를 거쳐 지난 16일 부산에 도착한 이들은 도시철도로 이동하며 자갈치시장과 용두산공원, 남포동 등을 여행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오륙도와 동백섬 등을 돌아봤다. 은퇴 후 노인대학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는 이들은 틈나는 대로 세계 각국을 여행 중이다. 붉은 외투를 맞춰 입은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이 워낙 빨간색을 좋아한다”며 “일몰, 황혼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우리와 잘 어울리지 않냐”고 유쾌하게 답했다.

■“도시철도 안내판 헷갈려”

이들의 방한 여행은 지난 9일 제주를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부산, 강원도, 서울 등 20일 동안 이어진다. 이들이 거주하는 중국 쓰촨 지역은 한반도의 배가 넘는 면적임에도 바다와 접해 있지 않은 내륙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제주와 부산의 바다에 특히 매료됐다. 공무원 출신인 왕커란(62) 씨는 “제주의 바다는 자연 그대로가 아름다웠다면, 해운대는 옛날 모습과 새로운 건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으로 그동안 60개국을 넘게 여행했다는 천롱(75) 씨는 “SNS에 부산 사진을 올렸더니 친구들이 ‘어디가 이렇게 예쁘냐’고 물어보더라”며 “부산에는 아직 인정 같은 게 남아있어 여행하기가 즐겁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마오샤오치(68) 씨는 “도시철도를 타고 여행할 때 안내판을 찾기가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며 “자유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으니 좀 더 안내체계가 명확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와 부산관광공사는 이들의 한국 여행 홍보를 통해 중국인 자유여행객을 더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조홍준 한국관광공사 청뚜지사장은 “쓰촨 할머니들의 신선하고 용감한 도전이 단초가 되어 사드 이후 침체된 방한 관광 분위기가 좀 더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쓰촨과 총칭 등 바다가 없는 중국 서남 지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우리나라 해양 관광 콘텐츠를 다각도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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