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군, ‘지구 최강 독소’로 부산항 8부두서 ‘오리무중 실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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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올 상반기에 부산항 8부두(큰 사진) 등 국내 4곳에 시험용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시료를 들여 온 사실이 확인돼 생화학실험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DB 주한미군이 올 상반기에 부산항 8부두(큰 사진) 등 국내 4곳에 시험용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시료를 들여 온 사실이 확인돼 생화학실험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DB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에서 현재까지 어떠한 생화학 실험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올 3월 27일 생화학방어 과제 ‘주피터(JUPITR) 프로젝트’ 논란과 관련해 부산시에 밝혀 온 내용이다. 하지만 올 1분기 때 부산항 8부두를 비롯한 국내 4곳에 이미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시료를 들여왔다는 점은 주한미군이 생화학실험을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이들이 과연 해당 시료로 무슨 실험을 했는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분명한 것은 주한미군이 부산 시민들에게 이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탄저균보다 10만 배 센 보툴리눔

독성쇼크사 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생물무기 전용 美 CDC 엄격 통제

백신 제조용 또는 독성 탐지용

전문가들 여러 가능성 제기에도

정확한 반입·실험 이유 안 밝혀

도심 한복판 실험실 위험 여전한데

국방부·질병관리본부 “문제 없다”

■지구상 최강 독소, 왜 반입했나

보툴리눔 독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소’로 규정돼 있으며, 탄저균보다 10만 배 더 강하다. 단 1g으로도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으며, 8ng의 소량으로도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의 독소는 ‘독성쇼크증후군(TSS)’을 일으킬 수 있는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를 보면 1980년 탐폰을 사용한 여성들이 TSS로 사망한 사건이 8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보툴리눔 독소와 포도상구구균 독소 모두 생물무기로 전용할 수 있기에 CDC는 두 물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보툴리누스는 탄저균과 함께 가장 위험한 ‘카테고리 A’에, 포도상구균은 위험도가 두 번째인 ‘카테고리 B’에 속해 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보툴리눔과 포도상구균은 국제협약에 따라 생산이나 저장, 이동이 금지돼 있는 물질이다”고 말했다.

다만 미군이 부산항 8부두 등에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를 반입했다는 점에서 백신용으로 들여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톡소이드가 백신을 만들 때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의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생화학방어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봐도 ‘보툴리눔 백신(VAC BOT)’ 개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톡소이드는 무독화된 독소로 보면 된다. 백신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들여 온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해당 보고서만 보면 미군 병사들이 해당 톡소이드로 예방 접종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수준을 갖춘 백신 생산시설과 전문 연구원이 필요하지만, 군부대에서는 사실상 백신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물질 또한 탐지장비 테스트용으로 사용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피터 프로젝트를 비롯한 미군의 생화학방어 프로그램은 생화학 위협에 대비해 병원균이나 독성을 조기에 탐지하고 실체를 확인한 뒤 관계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한미군의 전투력을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첨단 탐지 시스템 개발이 필수이고, 자연스럽게 장비 테스트가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2015년 4월 경기도 평택시 미 오산공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 발생 이후에도 생물학전 대응을 위해 보툴리눔 독소까지 한국에 통보 없이 들여와 실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 육군 에지우드 생화학센터의 주피터 프로젝트 담당자 피터 이매뉴얼 박사는 “주피터 프로젝트의 독소 분석 1단계 실험 대상은 탄저균과 보툴리눔 A형 독소”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주한미군의 생화학물질 탐지 훈련 때 해당 시료를 비활성화된 병원체의 비교 물질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 실험실 위험성 여전

2014년 7월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이 고위험 병원체 시료를 분석하는 모습. 2014년 7월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이 고위험 병원체 시료를 분석하는 모습.

문제는 부산항 8부두 주변과 같은 인구 밀집지역에 시료분석시설까지 차려 놓은 주한미군이 시험용 생화학물질을 들여왔다는 자체가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이 올 1분기 생물 시험 시료 반입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지만 과거처럼 통보 없이 고위험병원체를 반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심지어 ‘살아 있는 매개체(Live Agent)’까지 들여온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될 수 있다. 남구 일대 주민들의 안전에 큰 위협 요소임이 분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미군의 생화학방어 프로그램은 방어용이다”는 말에 함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방어용일수록 적이 쓰는 무기와 가깝게 만들어 실험과 검증을 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우희종 교수는 “미국이 많은 돈을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이유가 실험과 검증을 위한 것이다”면서 “적은 살아 있는 생물 무기를 사용하는데, 당연히 살아 있는 매개체로 실험을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또 “생물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러면 만일을 대비해 백신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사실상 방어용과 공격용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가 사균 시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방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질병관리본부와 주한미군은 생물학적 물질의 반입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톡소이드는 병원체가 아닌 단백물질이기에 사균 시료와는 차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해당 시료로 무슨 시험을 했는지 내용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두 기관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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