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군, 부산항 8부두에 초강력 식물 독소 ‘리신’도 들여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감만동(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대책위’ 회원들이 31일 오전 부산항 8부두 앞에서 ‘주한미군 8부두 지구최강 독소, 보톨리눔 반입확인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감만동(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대책위’ 회원들이 31일 오전 부산항 8부두 앞에서 ‘주한미군 8부두 지구최강 독소, 보톨리눔 반입확인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속보=주한미군이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 ‘센토(CENTAUR)’ 지원을 목적으로 부산항 8부두에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를 반입(<부산일보> 29일 자 1·3면 보도)할 때 강력한 식물 독소 ‘리신’도 함께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국내 4곳 반입 첫 확인

피마자에 함유된 독성 단백질

흡입 땐 호흡 장애 사망 이를 수도

국방부·보건당국, 사용 용도 ‘감감’

부산 시민·정치권 거센 반발

독성물질 반입 규탄·성명 잇따라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미군의 ‘비활성화 생물 시험 시료 반입 보고’ 1분기 자료를 보면 미 생화학방어 합동참모국(JPEO-CBRND)은 올 1월 9일 리신 시료를 국내 4곳에 발송했다. 리신 역시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와 마찬가지로 페덱스 항공기를 통해 112ng씩 부산항 8부두 ‘시료분석실(Sample Analysis Facility)’과 전북 군산시 미 공군기지 제8의료지원대, 경기도 평택시 미 오산공군기지 제51의무전대, 캠프 험프리스 등 4곳에 반입됐다. 주한미군이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일환으로 국내에 식물 독소를 들여온 사실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항 8부두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항 8부두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리신은 피마자(아주까리)에 함유된 독성 단백질로 리신이 들어 있는 피마자의 씨를 날로 많이 먹거나 주사를 하면 내장 기관 출혈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또 작은 입자의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할 경우 심한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나고 저산소증을 동반한 호흡부전도 동반한다.

리신은 생화학 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등록돼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리신을 포도상구균과 함께 위험도가 두 번째인 ‘카테고리 B’에 두고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다만 해당 보고서에는 “A·B 사슬로 결합된 리신을 ‘색층분석법’ 등을 통해 각각의 사슬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독성을 제거했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주한미군이 해당 시료로 어떤 테스트를 했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 국방부나 질병관리본부도 주한미군이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와 마찬가지로 리신의 사용 용도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이 올해 1월 센토 프로그램을 위해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를 부산항 8부두로 반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 시민들과 정치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대책위는 31일 부산항 8부두 미군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미군기지 4곳에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시료 반입이 확인됐다”며 “보툴리눔은 1g으로도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데 우리 국민의 생명을 파리 목숨 정도로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부산시당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현장실사를 수용하고 생화학실험 현황을 숨김없이 보고할 것을 촉구한다”며 “독성물질을 즉각 수거하고 위험 물질이 다시 들어오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중당 부산시당도 지난 29일 성명을 발표해 “탄저균보다 파괴력이 큰 강력한 세균 시료들을 8부두 실험실에 들여온 것은 범죄 이상의 야만적인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미 생화학방어 합동참모국(JPEO-CBRND)은 올해 1월 센토 프로그램을 위해 ‘보툴리눔 톡소이드’와 ‘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시료를 112ng(나노그램)씩 부산항 8부두 등 국내 4곳에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의 “한반도에서 생화학실험은 없다”는 해명이 무색해지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황석하·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