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이가 켜게 한 ‘신생아실 CCTV’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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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 부산 동래구의 한 병원에서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디지털본부 김민재 대학생인턴 multi@

‘신생아 두개골 골절’ 사고가 발생한 A병원에서 간호사가 생후 5일 된 신생아를 거칠게 다루고 있는 영상. 연합뉴스 ‘신생아 두개골 골절’ 사고가 발생한 A병원에서 간호사가 생후 5일 된 신생아를 거칠게 다루고 있는 영상. 연합뉴스

생후 5일 만에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진 안타까운 사건, 일명 ‘아영이 사건’을 막기 위해 신생아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최근 부산시가 신생아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공식 건의하자, 정부는 이른 시일 내 시행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신생아 ‘두개골 골절’ 사건

市, CCTV 설치 의무화 건의

청와대 청원도 20만 명 넘어

보건복지부 “전향적 검토” 밝혀

20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산시가 건의한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행 여부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신생아실 내 CCTV 설치에 관해서는 이전부터 의사협회 등 유관단체와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부산시는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 신생아실 아동학대 관련 의료법 개정’을 건의했다. 시가 건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신생아실 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신생아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장은 의료인과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 신생아실 내 의료행위 촬영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촬영 자료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고려해 의료분쟁 조정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근 부산의 한 병원에서 한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져 담당 간호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이후, 신생아실 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부산일보 19일 자 11면 등 보도)가 높았다. 특히 신생아실에 CCTV가 없을 때 사고 책임을 밝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부산지역 신생아실 운영기관 29곳 중 CCTV 설치 기관은 9곳(31%)에 불과하다.

이는 신생아실 내 CCTV 설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발표한 ‘산후조리원 지도·감독 강화 방침’에서 신생아실 내 CCTV 설치와 영상정보 90일 이상 보관을 권고했지만,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모든 보건소는 정기적으로 관할 병원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지만 CCTV 설치 여부는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부산시는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관리 방안도 건의했다. 폐업한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가 유실될 수 있다는 〈부산일보〉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영이 사건’ 이후 해당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자녀의 학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도 병원의 폐업 신고로 진료기록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후 조사가 힘든 상황이다.

폐원한 병원의 진료기록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기관을 신설하거나, 업무 연계성이 있는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자는 것이 부산시의 제안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폐업할 경우 진료기록을 관할 보건소장에게 넘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건소가 이를 보관할 여력이 없어 병원 측이 자체 보관하면서 유실 가능성이 높다. 진선미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5~2019년 폐업한 의료기관 9830곳 중 의료기록을 보건소에 이관한 곳은 단 623곳(6%)에 그쳤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신생아실 안에 CCTV를 설치하자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고, 국회도 법 발의를 준비하는 등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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