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전유물’ vs ‘부산 랜드마크’ 해운대 엘시티 의견 분분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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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를 앞두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가 지난 23일 오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최고 101층인 엘시티는 특별정상회의 기간인 27일까지 전체 건물 점등 이벤트를 한다. 이재찬 기자 chan@ 입주를 앞두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가 지난 23일 오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최고 101층인 엘시티는 특별정상회의 기간인 27일까지 전체 건물 점등 이벤트를 한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제2의 롯데월드타워가 될 것이다”

“해운대 백사장을 사유화해 0.1% 특권층의 전유물로 전락시켰다”

해운대를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3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가 이달 말 승인을 앞두고 있다. 특혜 시비와 경영진 구속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엘시티가 잘못된 도시개발 사업의 선례로 남을지, 혹은 부산의 랜드마크로 인정받을지 그 존재 가치와 미래상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이달 말 승인 앞둔 엘시티

부산 건설현장 기록 갈아치워

특혜 시비·경영진 구속 우여곡절

호텔·워터파크 등 시설 ‘기대감’

백사장 사유화·교통난 우려 커


부산 최고층 건물로, 이달 말 승인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 엘시티 전경. 엘시티 제공 부산 최고층 건물로, 이달 말 승인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 엘시티 전경. 엘시티 제공

■부산 건설사 다시 쓴 대역사

엘시티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2015년 10월 착공한 이후 4년 동안 연인원 150만 명의 공사 인력이 투입되고, 전용 면적 85㎡ 아파트 6500여 세대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의 콘크리트(61만 ㎥), 서울 롯데월드타워의 2배가 넘는 11만 t의 철강재가 투입되는 등 규모 면에서 부산 건설현장의 숱한 기록을 갈아치웠다. 엘시티는 준공되면 롯데월드타워(555m)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자, 부산에서는 유일한 100층 이상 마천루가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일반 건물에 비해 훨씬 많은 건축비가 들어가고 공사 기간도 길어지는 등 사업성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부산에서 100층 넘는 건물이 다시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그만큼 엘시티의 희소성과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이달 말 엘시티 준공 승인이 나면 주거시설 입주가 시작되고, 관광·콘셉트시설과 상업시설 조성을 위한 나머지 공사가 본격화돼 내년 6월이면 전체 준공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제2의 롯데월드타워 될까

엘시티 측은 “내년 6월까지 관광·콘셉트 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엘시티가 해운대를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당초 개발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다.

엘시티의 101층 랜드마크타워 3~19층에는 롯데호텔이 운영하게 될 260실 규모의 ‘롯데 시그니엘 호텔’이 들어설 예정으로, 이미 실내 마감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됐다. 랜드마크타워 98~100층 전망대는 한류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는 콘텐츠기업 ‘초록뱀미디어’와 F&B(식음료) 기반 생활서비스기업인 ‘풀무원푸드앤컬처’가 투자와 운영에 참여한다. 사계절 관광리조트라는 엘시티의 콘셉트를 대표하는 ‘도심형 실내외 워터파크’(포디움 4~6층)는 현재 99% 공정을 마친 후 내년 6월 오픈을 위해 시운전 등 운영 준비에 들어갔다. 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 프라퍼티와 상가시설 운영 계약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다.

계획대로 이들 시설이 가동되면 엘시티가 지역 상권 활성화는 물론, 부산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핵심 시설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엘시티처럼 주거와 상업시설, 문화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초고층 복합단지들은 ‘콤팩트 시티’로 불리며 도시개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서울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매년 9조 원의 경제효과와 2만 1000명의 취업 유발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수 전유물 인식 불식할까

엘시티 사업을 두고 부산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의 자산인 해운대 백사장을 소수 특권층을 위한 사유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초고가 분양으로 투기를 조장해 해운대 등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는 눈총도 따갑다. 본격적인 입주 이후 터져 나올 해운대 일대 교통난과 주차난, 초고층 빌딩풍으로 인한 인근 상가와 주민들의 불안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간 특혜와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돼 온 엘시티가 이대로 ‘소수의 전유물’로 남을지, 아니면 ‘부산의 랜드마크’로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지는 준공 후 ‘엘시티 효과’가 어느 방향으로 작용할지에 달려 있다.

엘시티 이광용 부사장은 “엘시티 개발사업의 핵심 요체는 관광 시설인데, 그동안 아파트 등 주거시설만 너무 부각돼온 측면이 있다”며 “부산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관광·콘셉트 시설이 모두 채워지는 내년 6월이면 부산관광의 핵심이 될 엘시티의 가치가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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