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이 PK 잠룡으로 띄우는 김영춘, 김경수·조국 대안일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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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핵심에서 김영춘 의원(부산진 갑)을 차기 대권에 도전할 부산·울산·경남(PK)의 대표주자로 띄우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김 의원 대권 도전 의지 밝히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文心’ 암시

보도자료에 ‘PK 대표주자’ 표현

내년 총선 결과가 대권가도 관건

김 의원은 26일 방송된 민주연구원의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에서 “통일선진강국을 만드는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리더라도, 행복을 포기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며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고, 또 잘 할 수 있다”고 강한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내년 총선에서 부산 10석, 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15석 이상 달성 시 부산역 앞에서 파란 가발을 착용하고 막춤을 추겠다”며 PK 총선을 앞장서 이끌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여권의 ‘권력 디자이너’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장관직 수행이 대통령 되는 과정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강조하면서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에게 장관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이를 잘 아는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도전 의사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 내각 경험을 주는 것이 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김 의원의 대권 도전에 ‘문심(文心)’이 실렸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연구원은 이날 오전 배포한 ‘김영춘 의원, 대선 도전 의지 강력히 피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김 의원을 ‘민주당 내 대표적 PK 주자’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원장이 김 의원을 PK 대표성을 가진 차기 주자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연구원은 얼마 전 의사소통TV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인터뷰를 방영했고, 김 의원에 이어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당내 차기 주자들도 줄줄이 출연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당내 대권후보군을 두텁게 형성하려는 목적과 함께 지역별 대표주자를 부각시켜 총선에서 당 지지를 결집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담긴 행보로 분석된다.

친문 핵심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집중 지원에 나선 것은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거돈 후보를 밀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부산의 친문 핵심들은 당시 출마선언 일보직전까지 갔던 김 의원의 출마를 강하게 만류했었다. ‘상도동계 막내’로 ‘YS(김영삼 전 대통령) 키즈’인 김 의원은 현 정부 출범 전까진 오랫동안 비문(비문재인)으로 분류됐었다.

친문 진영에서 김 의원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이전까지 PK 대표주자로 키워왔던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 ‘드루킹 사건’ 재판과 검찰 수사 등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대안 찾기’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권 내에는 ‘영남후보 필승론’에 대한 믿음이 아직 강하다.인구가 월등히 많은 영남에서 득표력을 가진 인물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 김부겸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치면서 영남권 선두주자로 부각됐지만, 그의 약점은 내년 총선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대구에서 ‘생환’하지 못한다면 대권 도전 입지도 크게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김부겸 의원과 ‘영남 투 톱’으로 출발한 김영춘 의원은 김부겸 의원에 비해 다소 존재감이 처진다는 말이 나온다. 올 3월 해양수산부 장관을 마치면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정치권 반향이 그리 크지 않았던 이유다. ‘지역주의 타파’에 몸을 던진 진정성, 합리적인 성품 등은 장점이나 리더로서 카리스마는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일단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PK 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견인하는 게 1차 과제로 여겨진다.

전창훈 기자 jch@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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