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사고에 조업 중단까지 통영 붕장어잡이 ‘시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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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항에 정박된 근해연승 어선. 이번 사고를 당한 대성호, 창진호와 같은 허가선으로 제주도 근해에서 붕장어를 잡는다. 경남 통영항에 정박된 근해연승 어선. 이번 사고를 당한 대성호, 창진호와 같은 허가선으로 제주도 근해에서 붕장어를 잡는다.

경남 통영을 연고로 하는 바닷장어(붕장어)잡이 업계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최악의 소비 부진으로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겨우 출어에 나섰던 동료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불과 열흘 사이 주검이 돼 돌아온 동료만 4명, 또 다른 12명은 차디찬 겨울 바다에 갇혀 아직 생사조차 알 길 없다.

일주일 새 대성호·창진호 참변

현재 4명 숨지고 12명 실종

판매부진·수출감소 가격 급락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영을 선적지로 하는 장어잡이 근해통발어선 58척과 근해연승어선 19척이 이달 초부터 자율 휴어기를 갖고 있다. 어선 별로 7일 동안 조업을 잠정 중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극심한 내수 부진에 수출 중단까지 겹친 업계가 생산량이라도 줄이려 내놓은 고육책이다. 위기감을 느낀 근해통발업계가 먼저 휴어기를 결의하자 근해연승업계도 취지에 공감, 동참하기로 했다.

근해연승은 방식은 다르지만 주 포획 어종은 붕장어로 같다. 통발은 긴 원통형 어구를 바다에 풀어놨다 걷어 올리는 방식이다. 연승은 수백~수천 개의 낚시로 붕장어를 잡는다.

두 업계는 시중에 유통되는 국내산 붕장어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생산자다. 한해 생산량이 1만 5000여 t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산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여름철 보양식 인기도 시들해져 여름 특수마저 사라졌다.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도 급락했다. 유류비, 인건비 등 최소 경비를 포함한 생산 원가는 1㎏당 8000원인데, 찾는 곳이 적다 보니 이보다 못한 값에 팔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올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던 대일 수출도 한일 갈등 여파로 사실상 중단 상태다. 가격 지지를 위해 수협이 수매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근해통발수협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조합이 가격지지를 위해 사들인 붕장어 냉동품이 460t, 56억 원어치에 달한다. 하지만 수협도 치솟는 금융비용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고, 저장시설도 한계다.

이런 상황에서 대성호 화재와 창진호 전복 사고가 연거푸 터졌다. 두 척 모두 근해연승어선이다. 일주인 간격으로 발생한 두 번의 사고로 벌써 4명이 숨지고, 12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잇따른 비보에 업계는 침통한 기색이 역력하다. 또 다른 연승어선 관계자는 “바다에선 경쟁하지만, 한솥밥을 먹는 식구나 다름없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당장 출어를 앞둔 어민들은 안타까운 마음만큼이나 불안감도 크다고 했다. 대성호와 창진호가 사고를 당한 제주 남서쪽 해역은 남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붕장어 어장이다. 대신 기상변화가 심해 위험성은 높다. 그래도 어군 형성이 잘되다 보니 근해연승은 물론 근해통발도 이곳을 주 조업지로 한다.

근해통발어선 선주는 “어민은 저승에서 돈 가져와 쓴다고 한다. 뱃일이 그만큼 힘들고 위험하단 의미”라며 “다음 주면 우리 배도 나가야 하는데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19일 발생한 대성호 화재 사고 실종자 11명과 25일 전복된 창진호 실종 선원 1명을 찾기 위한 해경의 수색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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