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억 들인 욕지도 모노레일 하루 탑승객 고작 300명?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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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가격이 2억 원 상당인 욕지도 모노레일 차량. 냉·난방 설비는커녕 유리창조차 없어 탑승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통영시 제공 1대 가격이 2억 원 상당인 욕지도 모노레일 차량. 냉·난방 설비는커녕 유리창조차 없어 탑승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 욕지도 관광 모노레일이 오는 14일 상업운행을 시작한다. 케이블카, 루지를 잇는 새로운 명물로 침체에 빠진 섬 관광 부활을 이끌 구세주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반면 섬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차량 설계와 부족한 수용력 탓에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영시는 이날 욕지면 동항리 모노레일 하부 승강장에서 ‘상업운행 개시 기념 안전운행 기원제’를 열고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욕지도 모노레일은 통영시가 117억 원을 투입해 욕지도 본섬에 설치한 관광시설이다. 총연장 2㎞(편도 1㎞) 순환식 궤도로 욕지면 동항리 여객선 선착장에서 천왕산 대기봉(해발 392m)을 잇는다. 운행 시간은 편도 15분 내외다. 자동운행하는 8인승 모노레일 차량 5대가 탑승객을 태워 나른다. 통영시는 탑승객 수요를 감안해 내년 상반기 중 차량 5대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14일 개통 ‘관광 명물’ 기대

냉·난방 안 되고 유리창 없어

하루 5시간 30분만 운영 가능

“애물단지 될 수도” 우려 높아

시설 투자는 통영시가 했지만 운영은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맡는다. 미륵산 케이블카처럼 통영시가 공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9월 준공 직후 시설을 인수한 공사는 최근까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험 운행을 하며 시스템·설비 점검과 함께 시설 보완 작업을 마쳤다. 통영시 관계자는 “통영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물로 생태·휴양섬 개발을 통한 지속가능한 관광시대를 열어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모노레일이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적지 않다. 사방이 바다인 섬은 육지보다 기후변화가 심하다. 특히 겨울엔 한파, 여름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 1대 가격이 2억 원 상당인 모노레일 차량에 흔한 냉·난방 설비는커녕 유리창조차 없다. 살을 에는 추위나 찜통더위는 온전히 승객 몫이다. 비가 오면 비옷을 챙겨 입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창문이 없다 보니 신체 노출로 인한 사고 위험도 높다. 준공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들인데, 시험 운행을 거치면서도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수송 가능 인원도 제한적이다. 차량 5대를 운행할 경우, 하루 최대 탑승객은 300명에 불과하다. 모노레일은 시간당 70명까지 가능한데, 운행 시간이 하루 5시간 30분 남짓이다. 첫 여객선 입항 시간과 마지막 여객선 출항 시간상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가 최대다. 운행 차량을 10대로 늘려도 시간당 100명, 하루 600명이 채 될까 말까다. 결국 관광객에게 외면받고, 공사의 적자만 불리다 골칫거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사 관계자는 “유리창을 덧대려 했지만 미세한 무게 변화에 따른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취소하고 탈부착이 가능한 투명 비닐을 붙였다”면서 “추가 구입하는 차량은 유리창이 있는 폐쇄형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송 능력을 감안하면 케이블카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울듯 하지만, 관광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진 기자 mjki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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